밉지만 소중한 색

무섭고 흔들리는 순간에 나를 붙잡아 준 것

by serein

비행기 안은 이상할 만큼 덥고, 어두웠다.

나는 안쪽 자리에 앉아 창밖도 보지 못한 채,

그저 기체가 흔들리는 리듬에

내 감정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내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 아이는 말없이 내 곁을 지키며,

숨을 무겁게 만들고

가슴 깊은 곳에 '쿵' 하고 파문을 던졌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그 순간,

‘이건 현실이 아니라 감정일 뿐이야’

라는 작은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일었다.

나는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내가 사랑했던 노래를 재생했다.

좋아했던 계절, 웃음, 햇살,

그 모든 감정이 담긴 멜로디가

작은 빛처럼 내 안을 물들였다.

두려움은 여전히 내 옆에 있었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

붉고 날선 감정의 빛이 서서히 푸른빛과 섞이며 보랏빛으로 번졌다.

마치 불안과 평온이 뒤섞여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주는 순간처럼.

그 보랏빛 안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두려움도 나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그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조금은 멀찍이서 바라보는 법을

나는 배워가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자주 흔들리고, 무섭고, 작아지지만—

그럴 때마다 이어폰을 꽂고

내 안의 빛을 다시 찾는다.

작은 멜로디, 작았던 빛,

그것이 붉은 감정을 보랏빛으로 바꾸어 주는 마법이란 걸

나는 믿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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