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일탈을 꿈꾸는가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by 푸른 꽃


최고의 배움은 길에서 얻어진다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여행이면 충분하다. 여행은 계획만으로도 활력과 팍팍한 일상을 견디는 힘을 준다.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끈덕지게 달라붙은 일상의 평범함을 잠시나마 털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얼마 전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떠났다. 가족을 두고 떠나는 여자들만의 여행은 일주일 전부터 분주했다. 파티용품까지 준비하고 매일 만나 계획을 짰다. 단 하룻밤에 불과한데도 마음과 짐의 부피는 열흘 치 이상이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미처 세우지 못한 밤의 이벤트를 구상했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음악을 따라 부르면서, 모처럼의 일탈을 실감했다. 누군가를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맡았던 많은 역할을 잠시 내려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유를 느꼈다. 고속도로의 속도감이 떠나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준비해 간 소품으로 평소와 다른 나를 표현하던 밤. 일상에서 그토록 유쾌하게 웃었던 적이 있었을까.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를 위해 지었던 적당한 미소가 아닌, 오롯이 나로서 짓는 명랑한 웃음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기도 했다.

여행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들뜬 마음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떠나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다른 것을 느끼며 자문해 본다. 일탈이란 꼭 먼 곳으로 떠나야만 완성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기 위해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여행의 관성을 이용해 일상을 살아낼 차례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하루 십 분,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는 순간조차 나만의 작은 일탈이 될 수 있다. 일탈이란 장소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내 마음의 좌표를 잠시 '나'에게로 옮겨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탈은 새로운 나를 찾는 거창한 여정이 아니라, 일상 속에 갇혀 있던 진짜 나를 구출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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