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굴 Sep 06. 2021

어릴 적부터 매일 가요 프로그램만보던 아이

어렸을 적 난 아이돌을 정말 동경했었다.



 난 어렸을 적부터 가요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했다.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관대한 외할머니가 날 돌봐주셨는데, 텔레비전만을 원 없이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티브이를 켜면, 나는 무.조.건 가요 프로그램을 틀었다. 나랑 동갑인 친구들 중에 티브이에서 서태지가 컴백홈 무대를 하는 걸 나만큼 많이 본 사람은 없다. 그만큼 티브이에 나오는 가수들을 열렬하게 좋아했고 동경했었다. 가요 프로그램은 모두 챙겨보았고, 재방이고 삼방이고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채널 고정이었다. 무슨 뜻인지도 다 모르는 사랑노래들도 전부 외워서 따라 불렀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가요 프로그램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초등학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가수 취향은 좀 더 확고해졌다. 그것은 바로 아이돌이었다. HOT와 젝키를 기점으로 핑클, SES를 보면서 동경의 마음을 무럭무럭 키워나갔다. 매일 집 안에서 그들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열심히 부르고 어설프게 춤도 따라췄다. 예쁜 옷을 입고 요정 같아 보이던 아이돌들의 모습은 나에게 우상 그 자체였다. 친척집에서 H.O.T.의 '빛' 뮤직비디오는 나에게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 피아노를 부수던 강타와의 모습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그 전주를 들으면 그 때의 마음을 돌아가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시 봐도 가슴 뛰게 만드는 뮤직비디오






 친척 언니들이 H.O.T 팬과 젝스키스 팬으로 나뉘어서 신경전을 벌이던 것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H.O.T. 팬 아니면 무조건 젝스키스였다. 하지만 말 그래도 초딩 중에서도 초딩이었던 나는 이렇게 아이돌이라면 일단 덮어놓고 다 좋아했었다. 이후 나이가 들어 나름 초등학교에서 고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다른 수많은 아이돌들이 나오게된다. 그 때 처음으로 한 가수를 열심히 좋아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신화였다. 당시에도 역시 주변친구들은 신화팬과 지오디팬으로 양분되어 있었고, 어렸을 적부터 SM계열을 조금 더 좋아하던 나는 신화에 푹 빠졌다. 막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팬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같이 신화에 Yo! (악동보고서) 를 보고서는 빛 이후의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그 때 이민우가 반항아로 나오던 게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요즘 시대에 고등학생이 느와르물 찍는 게 놀랍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그랬었다. 그 시점 이후로 신화에 푹 빠졌다. 처음으로 한 그룹을 열심히 좋아하기 시작했다. 마침 주변에 친구들 중에 신화 팬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는 무슨무슨 팸 (당시 그런 것이 유행했다)에 들어갈 정도로 열정적인 친구들이 많아서, 나도 그 덕분에 매우 깊이 있는 팬질을 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라 한계가 있긴 했지만, 부모님을 졸라서 앨범과 콘서트 CD도 열심히 사고, 매일 친구들과 신화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맹목적이면서도 나름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이다.





       쿨워터향을 맡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당시 이민우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학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참 좋았겠지만, 대신에 또 다른 아이돌에 눈뜨게 된다.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님이 케이블을 설치해주셨다. 일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매일 재방 삼방을 열심히 돌려서 찾아가며 보던 내가 엠넷, 케이엠 등 하루 종일 가요를 틀어주는 채널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보통 뮤직비디오를 보며 빠지게 되나보다. 데뷔곡인 hug에서 최강창민의 맏있는 우유가 내 뇌리에 남았다. 빠져들락 말락 할 때 또 다른 아이돌이 동시대에 등장한다. 여기 이름은 다른 의미로 또 독특하다. 바로 SS501. 나는 거기서 착해보이는 얼굴의 규종에게 푹 빠지게 된다. 이후로 고등학생 때 까지 쭈욱 규종의 팬이었다. SS501이 해체되던 때, 내 마음도 얼마나 착잡했는지 모른다.




       이 동영상 댓글 보다가 배꼽 빠질 뻔(...)



 


 그렇게 초등학교에 가기도 전 부터 본능적으로 난 가요, 특히 아이돌을 참 좋아했다. 내 10대 시절의 많은 부분을 아이돌이 차지했고, 수능을 위해 대학을 위해 보내던 삭막한 청춘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든 그것은 전혀 상관 없었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열정을 불태우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가식이든 아니었든 그들끼리 투닥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누군가는 드라마를 보며 위로를 얻을 테고,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위로를 얻을 테지만, 나는 아이돌의 무대와 영상을 보며 위로를 얻었다. 춤과 노래 그리고 퍼포먼스, 그리고 그들의 약간은 동화같은 외모 (일반 배우는 아무리 잘 생겨도 머리를 마구 탈색하거나 분홍색으로 염색하진 않으니까) 는 말 그대로 일차원적인 위로이자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이 나중에 해체를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여러가지 구설수에 올라도, 그 당시 내게 큰 추억이 되어 주었던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