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하이웨이 Oct 01. 2016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아무 일도 없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일까?

2009년 1월15일 오후 3시25분,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 한 대가 3분 만에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사고가 일어났다.    

‘버드 스트라이크’(새떼가 항공기랑 부딪히는 일)가 발생해 양쪽 엔진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기장(체슬리 설렌버거)의 빠른 판단과 노련한 조종 솜씨로 허드슨강에 착수(着水)하여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으나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던 미 운수안전위원회(NTSB)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사고기가 충분히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의 무리로 허드슨강에 불시착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Sully)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항공 1549편의 사고 실화를 다룬 영화다.    

사고의 결과는 퍼펙트했다. 강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아무런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건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다? 결과 중심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원인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능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모든 시험은 이해력이 아닌 암기력 테스트다. 묻지도 않는 원인과 과정 따위는 알 필요가 없다. 결과만 외우면 된다.    

영웅에 목마른 언론은 기장인 설리(톰 행크스) 띄우기에 나섰고 시민들도 환호를 보냈지만  미 운수안전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비록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출되긴 했지만 강에 비상 착수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재현을 통해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설리 기장과 운수위원회의 공방이 주를 이루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도출하는 장면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존인물을 그린 네 번째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건과 인물의 단면만을 그리지 않는다. 같은 전쟁을 두 가지 다른 시각(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버지의 깃발, 2006)으로 보기도 하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FBI국장 에드가 후버(제이 에드가, 2011)의 인간적인 면도 들춰낸다.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의 크리스 카일은 총구로 적의 숨통을 노리는 순간에도 본국에 있는 아내와 통화를 한다. 서부시대에 대한 반성문인 ‘용서받지 못할 자’(1992)에는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없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또한 상황은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범인(犯人)을 만들기도 한다.    

운수안전위원회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설리 기장은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며 영웅으로 남았다.      

영화는 비록 당시 사건에 대한 설렌버거 기장의 회고록을 기초로 제작됐지만 노장 감독은 카메라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일까? 이 영화는 역시 비행 사고를 소재로 이러한 화두를 던졌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플라이트’(2013,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와 비교된다. 시고기의 조종사가 아주 다른 인물이긴 하지만.    

이스트우드 감독의 여섯 번째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노미네이션을 확신한다.    

PS :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항공 1549편의 탐승객을 모두 구출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4분이었다고 한다. 우린 세월호 최초 신고로부터 선수만 남기고 침몰하기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08 : 50 ~ 11 : 18) 도대체 뭘 한 것일까?    

한 가지, 설리 기장은 스스로 맨 나중에 비행기를 탈출했다.


2016.10.1 

작가의 이전글 만원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