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하이웨이 Oct 02. 2016

뚜르 드 프랑스 : 기적의 레이스

개선문이 보일 때까지 달려라!

뚜르 드 프랑스는 전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사이클 대회입니다. 1903년 첫 대회가 시작되어 백 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대회 기간 동안 전 세계 183개국에 중계되어 7억 명이 넘는 팬들이 지켜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자전거의 월드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대회는 매년 7월, 3주간에 걸쳐 프랑스 전역과 주변국을 넘나들며 약 3,500킬로를 일주하는 코스로 진행되는데 약쟁이로 드러난 랜스 암스트롱이 7연패를 차지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그의 수상 기록은 뒤에 삭제되긴 했지만.    

소개해 드릴 영화는 바로 이 뚜르 드 프랑스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자랍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꿈은 꿈일 뿐인 건가요? 누구의 꿈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누구의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나기도 하겠죠. 아마 대부분은 꿈은 꿈일 뿐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하신지요?    

꿈이 뚜르 드 프랑스 우승이라면 어떨까요? 아마 월드컵 우승의 꿈과도 같은 거겠죠. 그러면 개꿈인가요? 하지만 꿈이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프랑소아(클로비스 코르니악), 뚜르 드 프랑스 출전을 꿈꾸던 소년이었지만 현실은 자전거 회사의 영업사원입니다. 뚜르 드 프랑스(이하 뚜르)를 시청하는 것이 낙이던 이 남자에게 대회가 임박해서 회사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클 팀이 대회에 출전하는데 행사 차량의 운전을 맡긴 것입니다.    

‘이렇게라도 뚜르에 나가보는구나.’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그러마하고 수락했지만 아뿔사 이 남자, 그만 덜컥수를 두었네요. 대회 기간 동안 가족들과 휴가를 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남편이 가족 휴가대신 뚜르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안 아내는 그만 열 받아서 아들과 떠나버리고 회사는 프랑소아의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아 해고해 버립니다. 프랑스에서 해고가 이렇게 쉬운지 몰라도 암튼 이 남자 가족도 회사도 잃어버렸습니다.    

이 순간 프랑소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프랑소아는 놀랍게도 뚜르에 단독 출전하기로 합니다. 정식 출전은 아니고 대회에 하루 앞서 각 구간을 달려보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오래 전에 읽은 미국 작가 윌리엄 히트문의 미국 일주 여행기인 ‘블루 하이웨이’가 떠올랐습니다. 강의하던 강좌는 폐쇄되고 아내와는 별거 중이던 파산 상태의 서른여덟 살의 남자는 불현듯 자동차(자전거가 아닙니다 ㅎ)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미국을 일주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석 달 동안 무려 2만 킬로의 여정을 마치고 집필한 여행기가 바로 ‘블루 하이웨이’입니다. ‘블루 하이웨이’란 시골길이라는 뜻으로 이 책은 시골길로 가는 미국여행기입니다. 제 닉네임도 바로 윌리엄 히트문의 책 제목에서 빌린 것입니다. 지금 보면 라이더에 꽤 잘 어울리는 닉네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라이딩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건 절대 아닙니다.    

다시 영화 속으로.. ㅎㅎ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프랑소와가 단독으로 뚜르에 출전했다는 걸 알고 그를 적극적으로 도웁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스폰서까지 생깁니다.    

하지만 달리다보면 오르막길이 나타나듯 뚜르의 코스를 일주하는 동안 새로운 위기가 프랑소아에게 닥칩니다. 과연 프랑소아는 난관을 극복하고 뚜르를 완주할 수 있을까요?    

프랑스 영화 ‘뚜르 드 파랑스 : 기적의 레이스’(La grande boucle, 2013 : 로렌트 투엘 감독)는 그다지 매끄럽게 만들어진 작품은 아닙니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이 상당히 인위적이죠. 인위적인 설정은 감동과 흥미를 감소시킵니다. 하지만 주인공 프랑소아 역을 연기한 클로비스 코르니악의 열연과 뚜르가 의미하는 것 즉 잊었던 꿈을 향해 달린다는 영화의 주제가 가진 힘은 상당히 셉니다.    

영화는 묻고 답합니다. ‘개선문이 보이는가?(뚜르 드 프랑스의 종착지는 파리입니다)’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달리라’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면 멈추지 않고 보일 때까지 달리는 것이 바로 라이딩의 정신 아닐까요?    


인상적인 장면 : 양복 차림으로 뚜르에 도전했던 프랑소아는 사람들이 비웃자 자전거 샵에 들러 저지를 입고 나온다. 샵을 나서던 프랑소아는 손에 들었던 양복을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린다.    

명대사 :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달려라! 


2016.9.30


작가의 이전글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