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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Oct 02. 2016

‘김영란법’과 자전거

언젠가 영업하는 분들에게 들은 말인데 영업사원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거래처에서 등산 가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냥 골프나 치지, 무슨 등산?’    

(골프에 비하면) 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등산을 가자는데 굳이 골프를 치려할까?    

사회생활을 하고 거래처를 만나보면 접대가 아주 정형화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업 좀 한다는 사람들은 연간 오십 회의 라운딩은 거뜬한데 일주일에 한번 정도 라운딩 하는 수치일 것 같지만 비시즌 즉 혹한기와 명절 전후 그리고 휴가철 등을 빼면 연간 오십 회란 사실상 주말을 꼬박 골프장에서 보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객 지향적인 접대가 될 수 없다. 앞서 말한 대로 만약 고객의 취미가 골프가 아닌 등산이나 낚시라면 영업사원 입장에서 이건 재앙이다.    

최초 발의자의 이름을 따서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달 28일부터 시행되었다.    

듣기로는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골프장에 부킹이 불가능했다고 하는데 법 시행 이후 골프장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참고로 이 법에서 골프는 ‘선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의 경우 수수가 가능한 금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선물의 수수 가액범위인 5만원 이하라도 공직자가 골프 접대를 받는 건 금지된다는 말이다.    

그럼 앞으로 공직자에게 무엇으로 접대할까? 등산? 낚시?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접대 문화가 라운딩에서 라이딩으로 바뀔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주요 거래처라면 아예 골프 클럽 한 세트도 선물하던 사회다 보니 (법 따지지 않는다면) 고급 자전거 한 대 쯤 선물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접대하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라이딩을 즐겨야 하기 때문에 (라이딩 접대는) 어려울 것 같다. 맨날 라운딩만 즐기던 사람들이 언제 라이딩을 해봤겠는가?    

그래서 등산, 낚시라면 몰라도 ‘김영란법’에 관계없이 라이딩은 접대로부터 청정 지역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접대하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취미로 자전거를 탄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골프와 등산과 라이딩은 즐기는 사람들의 성향이 무척 다르다. 등산이 그럴 것 같지만 골프도 아주 보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즐긴다. 보편적인 사람들이란 즉 갑남을녀, 시니컬하게 말하면 요즘은 개나 소나 치는 게 골프다.    

갑남을녀는 또한 산에도 오르는데 정말 좋아서 오르기도 하지만 보통 이 경우, 여러 사정으로 골프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길도 좋아지고 라이더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 골프나 등산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서 라이딩은 조금 특별한 케이스다. 라이딩 시작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그런다. ‘그냥 골프나 치지, 뭐 하러 그 고생을 사서 하냐’고. 의지가 없으면 라이딩은 불가능하다. 여러 이유로 가벼운 등산보다는 훨씬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게 라이딩이다.

‘자전거로 세상을 깨끗하게, 환경을 깨끗하게~’    


20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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