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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Oct 02. 2016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랑 밖에 난 몰라

대중음악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뉴욕 셰이 스타디움에 운집한 수만 명의 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비틀즈를 꿈꾸겠지만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현실은 아마 언제나 리버풀의 허름한 스트립 바에서 분위기 돋우는 음악을 연주하던 무명의 비틀즈의 모습일 것이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은 꿈과 현실을 무명 밴드의 애환에 녹여 그린 작품이다.    

한때는 비틀즈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수안보의 한 호텔 나이트에서 수안보의 비틀즈라 소개 받으며 무대에 오르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7인조 밴드는 갈라지고 헤어져 수안보에 내려오면서 기타와 오르간, 드럼의 3인조 밴드로 축소되었다.    

충북 충주의 수안보는 밴드의 리더 성우(이얼)의 고향이다.    

가라오케에 밀려 고향으로 돌아온 성우는 고등학교 때 함께 그룹사운드를 하던 친구들을 만난다.    

그들은 약국을 운영하고 공무원이 되어 있었으며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공무원 하는 친구는 성우에게 묻는다. ‘하고 싶은 거 하니까 행복하냐?’고.    

한편 성우가 학창시절 짝사랑하던 보컬리스트 인희(오지혜)는 남편과 사별하고 채소장사를 하며 산다. 인희는 오랜만에 만난 성우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성우는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인희에게 프러포즈하지 못한다.    

꿈을 꾸던 시절과 꿈을 이루었을 때는 아주 다르지만 꿈을 꾸던 시절과 꿈을 잃었을 때는 다르지 않다.    

밴드의 멤버인 키보디스트 정석(박원상)과 드러머 강수(황정민)는 때밀이 여인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강수가 떠나 밴드는 이제 듀엣으로 축소되었다. 그룹사운드를 유지하기 위해 성우는 학창시절 음악을 배웠던 나이든 음악학원 원장을 드러머로 임시 기용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것을 잃은 원장에게 남은 건 술 뿐이다.    

결국 홀로 남은 성우가 룸살롱에서 취객의 강압으로 벌거벗은 채 기타를 연주하며 응시하는 화면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나체로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이 비치는 룸살롱 신은 영화의 백미다.    

모멸에도 불구하고 성우는 분노하지 않는다. 음악을 위해서? 천만에 생계를 위해서 일 것이다. 아마 분노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성우는 잘 안다. 분노해 봐야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벌거벗겨진 인생은 무엇으로 남는가?    

돌고 돌아 성우와 정석은 인희와 함께 여수의 밤무대에 선다.    

‘이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    

인희가 부르는 심수봉의 ‘사랑 밖에 난 몰라’가 귓전을 맴돈다.    

PS : Come Back, I Love Rock & Roll, 내게도 사랑이, 불놀이야, 아파트 등 이 영화를 보면 그 때 그 시절의 음악들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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