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강한 사막 스릴러
우주 조난 영화인 ‘그래비티’(2013)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각본을 쓴 조나스 쿠아론의 첫 장편 연출작 ‘디시에르토’(Desierto)는 무대를 사막으로 옮긴 ‘그래비티’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영화는 밀입국자들이 미멕 국경지대의 사막을 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작은 픽업트럭에 실려 사막을 지나가던 불법 이주자들은 트럭의 고장으로 광활한 사막을 걸어 국경을 넘기로 합니다.
사막지대를 횡단하거나 종단하는 일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죠. 며칠을 걸어가도 풀 한포기 없는 사막만 끝없이 이어진다면 숨만 쉴 수 있다 뿐이지 우주공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암튼 겨우 국경에 닿은 이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철조망을 넘어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 발을 붙입니다.
하지만 미국에 들어왔다고 바로 고층 빌딩이 나오는 건 아니고 지도상으로 미국 땅이라는 말이지 끝없이 이어진 사막은 멕시코 쪽이나 미국 쪽이나 똑같습니다. 하긴 광활한 사막에 금하나 그어 놓은 게 국경선이니 뭐가 다를까요?
도대체 얼마를 더 걸어가야 사람도 보이고 민가도 나타날까요? 그런데 일행이 두 그룹으로 갈라질 무렵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뒤쳐져 쉬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앞서 가던 일행이 쓰러지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고 나서 두발, 세발 총성이 울릴 때마다 쓰러지는 사람들.
국경 경비댄가? 불법으로 월경했다고 민간인을 막 죽이나? 사람 사는 큰 원칙은 미국이나 멕시코나 다르지 않을 텐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단 몸을 숨기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뒤쳐져서 다행인줄 알았는데 앞선 무리에 대한 사냥을 마치자 총성은 뒤에 쳐진 사람들을 향합니다.
‘디시에르토’는 원인이 불명한 영화입니다. 누가 왜 인간사냥을 시작하는지 알 수 없죠.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뻔합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불안과 미국인의 불만. 여기서 좀 더 나가면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식의 운명론 같은 거. 운명이란 원인을 알 수 없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거죠.
영화를 통해 너무나도 허술한 미멕 국경선을 보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미멕 국경지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한 발언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의 공약이 옳다는 게 아니라 불법이주를 반대하는 정치인으로서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 영화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것일까요? 감독이 멕시코 사람이니까 충분히 그럴만합니다. 하지만 까메오이긴 해도 포르노물에도 출연했던 트럼프 후보이고 보면 이런 류의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PS : 사막 스릴러로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더 리치’(2015) 등의 작품과 분위기가 유사합니다. 산 속이 배경이긴 하지만 ‘킬링 시즌’(2013), 따라하기의 대가 김한민 감독이 제작한 ‘사냥’처럼 스릴 있는 추격전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합니다.
2016.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