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오십 줄에 접어든 지금도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를 달고 사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청량음료를 사러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가 추억의 음료 ‘쌕쌕 오렌지’를 발견했습니다. 수십 년 전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한 이 음료는 한 때 일화의 맥콜과 함께 콜라와 사이다가 양분하고 있던 청량음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말하자면 당시 다방에 가서 ‘여기 사이다 한 잔이요, 콜라 한 잔이요’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쌕쌕 한 잔이요, 또는 맥콜 한 잔이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뻔했던 것이죠.
아무튼 추억의 ‘쌕쌕 오렌지’ 가격이 7백원. 이 건 뭐 비슷한 용량의 코카콜라나 칠성사이다에 비하면 거의 반값 수준 입니다.
마셔보니 옛 맛 그대로 이더군요.
지난 달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법 시행 효과는 일단 놀라워 보입니다. 고위 공직자 등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고(실제로 집에 일찍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골프장은 예약을 채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공직 사회에서는 관련 사례나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몸을 사리려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이 법 시행령에서 공직자 등이 수수 가능한 식사․선물․경조비 등의 수수 가액범위를 3만원, 5만원, 10만원 등으로 정하고는 있으나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또 주무관청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비록 가액 범위라도 직무관련자로부터 수수하는 경우 제한받을 수 있다는 애매한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받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아닌가요?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법 시행 후 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줬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하며 이에 대해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 위반이 맞다고 1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했습니다.
지난 6일 차관회의에서 박경호 부위원장이 줘도 된다고 답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낸 것입니다.
각설하고..
‘쌕쌕 오렌지’에 대해 추억의 음료라고 한 것은 고등학교 때 국어과목을 가르치시던 담임선생님이 이 음료를 워낙 좋아하셨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좋아하셨느냐 하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교탁 위에 ‘쌕쌕 오렌지’ 한 캔이 없으면 시작을 하지 않으실 정도였으니까요.
한번은 한 학생이 쌕쌕 대신 유사제품인 봉봉을 사다 놓았는데 쌕쌕으로 바꿔올 때까지 수업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한 마디로 대체불가 음료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졸업을 하던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당시에는 선생님께 ‘쌕쌕 오렌지’를 ‘접대’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정작 법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 이상하게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201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