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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Oct 12. 2016

죽여주는 여자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노인의 냄새는 삶의 냄새도 아니고 죽음의 냄새도 아니다. 굳이 표현한다면 죽음에 가까운 냄새라고 할 것이다.       

소영(윤여정)은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소위 ‘박카스 아줌마’다.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소문난 소영은 동업자들로부터 시샘을 받는 처지다.       

재수 없게 성병에 걸려 병원을 찾은 그녀는 그곳에서 우연히 필리핀 여성이 가위로 의사를 찌르는 장면을 목격한다.       

필리핀 여성이 왜 의사를 찔렀을까? 그 필리핀 여성은 ‘코피노’인 민호의 아빠를 찾아왔다가 그리 한 것이다. 소영이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는 민호를 보호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영의 집에는 트랜스젠더,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자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소영은 몸이 불편한 도훈(윤계상)과 밤일을 하는 트랜스젠더 티나(안아주)에게 민호를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간다.       

소영이 생면부지의 코피노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날 소영은 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송 노인(박규채)으로부터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후 죽여주는 여자 소영은 진짜 죽여주는 여자가 되고 단골들로부터 죽여 달라는 부탁이 이어지는데..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다. 이 영화는 노인의 성과 죽음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트랜스젠더, 코피노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깔끔하지 못하다. 기둥 줄거리는 노인의 성과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곁가지들이 많다보니 정작 감독이 말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모호하게 되었다. 노인에 대한 이야기인지, 기타 소외자들에 대한 이야기인지, 그 모두인지.       

소영이 진짜 죽여주는 여자가 되는 과정은 연출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야기의 단층이 심하다.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노인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소영의 행위는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썼으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갔을 것이다.       

소영이 생면부지의 코피노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나중에 드러난다. 소영은 한 몸에 우리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백세시대라고는 해도 백세까지 행복한 노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냄새는 삶의 냄새와 죽음의 냄새 사이에 있다. 죽는 것이 옳은가? 사는 것이 옳은가? 우리 모두가 내는(낼) 냄새이자 직면한 문제이지 않은가?       

죽여주는 여자 소영을 연기한 배우 윤여정의 초점 잃은 표정은 역시 삶과 죽음의 사이를 떠돈다.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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