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목적은 분명합니다. 누가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것은 내려가기 위해서라고.
등산은 곧잘 인생과 비교되곤 합니다. 산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인생도 그러하다는 것이죠.
대통령이 되기 전에 등산을 즐겼다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박찬호 선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막 성장하던 젊은 선수를 불러 어떤 의미로 그 같은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즐기던 등산을 통해 인생 철학을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등산뿐만이 아니라 라이딩 또한 그러합니다. 업 힐을 하고 나면 반드시 다운 힐이 따르는 법입니다. 라이딩은 바로 업 앤 다운의 연속이죠.
오늘 친구와 함께 장봉도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제발 주중에 내리라는데 비는 역시 이번 주도 주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더군요.
장봉선착장에 닿자마자 초행의 우리를 반긴 건 바로 비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나타난 언덕배기. 장봉도라는 섬은 멀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업 힐이 안 되는 라이더는 섬 한 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섬입니다.
어떤 라이더들은 ‘쏘는 맛’ 즉 다운 힐 때문에 라이딩 한다고 하고 (다운 힐은) 업 힐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업 힐 보다 어려운 것이 다운 힐입니다. 자전거 사고도 다운 힐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운 힐이 업 힐에 대한 보상일까요? 내리막은 오르막에 대한 보상일까요?
어쩌면 40년 정치 역정에서 가장 어려운 길을 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YS는 내려갈 때가 올라갈 때보다 어렵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업 힐이 안 되면 라이딩이 안 된다고 해서 그동안 업 힐 훈련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어지간한 언덕배기는 오릅니다만 전 아직 다운 힐에 자신 없습니다. ‘쏘는 맛’은 고사하고 삐끗하면 자빠질까봐 브레이크를 살살 쥐고 내려가는 편입니다.
고수가 되어 언젠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다운 힐이 가장 어려웠다고. 인생이 그러하듯.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