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하이웨이 Oct 16. 2016

다운 힐은 업 힐에 대한 보상이다?

산에 오르는 목적은 분명합니다. 누가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것은 내려가기 위해서라고.    

등산은 곧잘 인생과 비교되곤 합니다. 산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인생도 그러하다는 것이죠.    

대통령이 되기 전에 등산을 즐겼다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박찬호 선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막 성장하던 젊은 선수를 불러 어떤 의미로 그 같은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즐기던 등산을 통해 인생 철학을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등산뿐만이 아니라 라이딩 또한 그러합니다. 업 힐을 하고 나면 반드시 다운 힐이 따르는 법입니다. 라이딩은 바로 업 앤 다운의 연속이죠.    

오늘 친구와 함께 장봉도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제발 주중에 내리라는데 비는 역시 이번 주도 주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더군요.    

장봉선착장에 닿자마자 초행의 우리를 반긴 건 바로 비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나타난 언덕배기. 장봉도라는 섬은 멀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업 힐이 안 되는 라이더는 섬 한 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섬입니다.    

어떤 라이더들은 ‘쏘는 맛’ 즉 다운 힐 때문에 라이딩 한다고 하고 (다운 힐은) 업 힐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업 힐 보다 어려운 것이 다운 힐입니다. 자전거 사고도 다운 힐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운 힐이 업 힐에 대한 보상일까요? 내리막은 오르막에 대한 보상일까요?    

어쩌면 40년 정치 역정에서 가장 어려운 길을 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YS는 내려갈 때가 올라갈 때보다 어렵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업 힐이 안 되면 라이딩이 안 된다고 해서 그동안 업 힐 훈련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어지간한 언덕배기는 오릅니다만 전 아직 다운 힐에 자신 없습니다. ‘쏘는 맛’은 고사하고 삐끗하면 자빠질까봐 브레이크를 살살 쥐고 내려가는 편입니다.    

고수가 되어 언젠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다운 힐이 가장 어려웠다고. 인생이 그러하듯.

  

2016.10.16

작가의 이전글 죽여주는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