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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Sep 20. 2016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여성들 어떻게 보시나요?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잠시 귀국해서는 들려주는 말이 미국에서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자들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아마 198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한다.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탄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굴뚝같았다.    

최근에 오랜 지기의 권유로 라이딩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아라뱃길이며 남한강 자전거길 등 그 동안 가볼 일이 없었던 곳을 바람과 함께 지나가며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작가이자 라이더인 김훈씨가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했던가? 작가의 표현을 두고 밀고 두드리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자전거를 탈 때 자연을 온 몸으로 받는다고 느낀다.    

온 몸으로 받는다는 건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내가 자연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말이다.    

강길을 따라 갈 때 나는 강이 되고 뱃길을 따라 갈 때 나는 바다가 된다. 또한 나는 바람이다. 휠 위에서 나는 자유를 느낀다. 자연은 곧 자유다.    

멋진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대부분 자전거 의류와 장비를 제대로 착용한 라이더들을 만나긴 하지만 때로는 평상복 차림으로 따릉이나 근처 대여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하게 보게 된다.    

초보 라이더이긴 하지만 솔직히 자전거 타기에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골프장도 아닌데 길 위에서 복장이 무슨 상관이랴? 저지를 갖춰 입지 않으면 어떠하며 빕이 아니면 또 어떠랴? 자유와 자연에 법칙은 없다.      

그저 자연에 감탄을 하고 바람이 되어 달려라.    

그런데 자유도 좋고 어떤 복장이라도 괜찮지만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안장에 오른 여성들의 모습은 편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준비된 라이더가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춰 입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하철 계단에서도 소심하게 가방을 엉덩이로 가져가는 여성들이 어떻게 자전거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오르는지 모르겠다.    

바람처럼 지나가니 보이지 않을까봐?    

아, 글세 나는 바람이라니까.    

수십 년 전 친구가 미국에서 봤다는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는 이제서야 똑똑히 보았다.    

201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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