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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Sep 25. 2016

자전거 느리게 달리기 경기

자전거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는 걷기나 달리기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지 않으며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연료를 소비하는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차량 등 사람의 힘이 아닌 다른 에너지에 의존하는 이동수단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만 오늘날 서울 도심에서 차량의 평균 이동속도가 채 20킬로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유렵에서 자전거로 도로를 점령하자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탈수록 건강은 좋아지고 환경오염은 낮아진다.    

자전거는 짧은 역사에 비해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자전거가 근대 올림픽 정식 종목에 편입된 건 제1회 아테네 대회(1896년) 때부터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체인으로 연결되고 공기 주입식 타이어를 장착한 오늘날 자전거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자전거가 탄생한 것이 188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가 얼마나 빨리 인간의 생활에 접목되었는지 알 수 있다.    

올림픽 종목을 비롯한 운동으로서의 자전거 경주는 당연히 얼마나 빠르게 달리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증속(增速)의 역사다. 트랙 종목에 출전하는 자전거에 브레이크조차 장착하지 않는 것은 무게를 줄여 조금이라도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간다. 21세기의 일 년이란 조선왕조 오백년의 세월에 맞먹는 시간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는 ‘빨리빨리’이다. 현대사회는 ‘빨리’와 ‘빠르게’에 중독되었다. 인터넷 속도는 더 빨라야 하며 숙제도 빨리, 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머뭇거리거나 잠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차량은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이처럼 ‘빨리’와 ‘빠르게’가 시대의 미덕이다 보니 이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운동경기만큼은 절대 예외다.    

올림픽 슬로건 가운데 제일 앞 선 것도 바로 ‘빨리’이다.(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그런데 속도가 미덕인 스포츠에서 ‘자전거 느리게 달리기 대회’가 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인도에서 이런 경기가 열린다는 걸 어느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비록 이벤트성이긴 하지만 지자체별로 시행한다고 한다.    

알다시피 빠르게 달리기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자전거를 느리게 타는 것이다. 속도가 없으면 자전거는 쓰러진다. 쓰러지지 않고 최대한 느리게 목적지에 닿는 건 초인적인 인내를 요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시작하면서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너무 공격적으로 라이딩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라이딩의 가장 좋은 점이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인데 속도에 취해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산과 강과 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라이딩은 인생의 거울이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한다. 이 말은 자전거에 가장 어울린다. 이제부터라도 멈추어서 아름다운 풍광도 담고 커피도 마시면서 천천히 그리고 오래 즐겨야 겠다.

  

2016.9.25

블루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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