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만난 벌레들
살충제에 중독된 해충 방역사 ‘윌리엄 리’와 그의 아내 ‘조앤’.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는 실수로 아내에게 총을 겨누고 미스터리한 세계 ‘인터존’으로 도피한다. 거대한 벌레, 살아 움직이는 타자기, 지네로 변한 인간,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성. ‘인터존’에서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중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글을 쓰고 있는데… 그는 악몽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네이키드 런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여, 관객이 윌리엄 리와 함께 환상 속에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벌레
작은 벌레부터 거대한 벌레, 살아 움직이는 타자기, 지네로 변한 인간, 그리고 검은 고기(지네)로 만든 마약까지. 영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벌레들은 “벌레의 정의는 무엇인가?”, “모두가 외형만 다를 뿐 벌레인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충 방역사였던 리는 벌레로 인해 회피하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벌레는 그 자체로 리의 억압된 삶과 마약중독의 상징이 된다.
- 조앤
조앤은 현실에서 리의 아내로, 살충제 중독으로 삶이 피폐해진 여성이다. 그러나 환상의 공간인 인터존에서는 글을 쓰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두 조앤은 윌리엄 텔 놀이 도중 리에게 총에 맞아 사망하며, 이 장면은 마치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는 연출처럼 표현된다. 조앤의 죽음은 리가 새로운 세계, 즉 인터존으로 도망치는 계기가 된다.
- 인터존
조앤의 죽음 이후 리가 도망친 인터존은 영화의 중심 공간이다. 이곳에서 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고, 자신과 닮은 톰 프로스트를 만나기도 한다. 또 그는 미션을 수행하듯 베웨이 박사를 찾아 나서며, 현실과 환상을 오가게 된다.
- 환상과 현실
리의 두 친구가 등장할 때마다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는 결국 환상 속에 남기로 선택한다. 인터존에서는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듯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실상은 조앤과 마찬가지로 마약중독과 그 부작용에 점점 잠식되어 간다.
- 데칼코마니 씬
현실의 조앤이 입김으로 바퀴벌레를 떨어뜨리고, 환상의 리가 입김으로 지네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서로의 파멸을 표현한다. 바퀴벌레는 리, 지네는 조앤을 상징하며, 두 사람이 서로를 무너뜨렸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실의 조앤과 환상의 리가 같은 대사를 반복하는 장면은, 리가 여전히 조앤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 영화 '퀴어'
이 영화는 같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와도 연결된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름과 직업이 같고, 모두 억압된 생활과 마약중독 속에서 부작용을 겪는다. 두 작품에서 반복되는 “나는 저주를 받았다”는 대사는 리의 자조와 체념을 드러낸다.
또한, 억압된 사람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지네목걸이가 등장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 억압된 생활에서 벗어난 듯하게 연출한다. 하지만 '퀴어'의 리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받아들이지만, '네이키드 런치'의 리는 또 다른 공간으로 끝없이 도피한다는 차이가 있다.
- 책 '변신'
영화를 감상하며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 떠올랐다. 그레고르와 리는 모두 억압된 환경 속에서 점차 피폐해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원치 않는 변신을 겪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반면, 리는 자신의 선택으로 환상 속 세계로 도피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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