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가부키의 이면

by 이내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맡겨진 소년 키쿠오(쿠로카와 소야). 운명이 결정짓는 세계에 이방인으로 뛰어든 키쿠오(요시자와 료)는 명문가의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와 부딪히며 라이벌로 성장하게 된다. 서로의 길을 시험하는 치열한 경쟁에 놓인 두 사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 국보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최고를 향한 열망, 서로를 뛰어넘어야 한다.


영화 '국보'는 가부키라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욕망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예술에 이용당하고 무너져가는 인간을 보여준다.
라이벌로 나오는 키쿠오와 슌스케는 가부키 세계가 아닌 곳에 만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에 당뇨로 인해 더 이상 무대에 쓸 수 없는 슌스케는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자신의 인생과 무대에서의 마지막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아는 키쿠오는 그가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키쿠오가 "너의 피가 필요하다"라는 대사는 가부키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설명한다. 슌스케가 떠난 8년이 된 해에 키쿠오는 예명세습을 받게 되지만, 그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는지 엉망진창이 된다. 그 이후, 키쿠오는 쇠락의 길을 걷지만 10년만에 돌아온 슌스케는 탄탄대로에 신입상까지 받게 된다. 사실 초반에 키쿠오는 토이치로, 슌스케는 한야라는 예명으로 그들을 잘 설명한다. 겉보기에는 재능이 넘치는 키쿠오가 빛나보이지만, 실상은 가부키 가문의 핏줄인 한야가 빛나고 있다.
이 영화에 제일 중요한 키쿠오가 쫒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상은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순간, 국보 만키쿠의 독거미 무대, 자신의 첫무대와 대역무대, 인간국보 후 갑작스럽게 만난 딸, 인간국보 첫무대와 엔딩으로 눈이나 종이로 연출된다. 개인적으로 키쿠오가 감정적으로 동요가 일어났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키쿠오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고, 어머니의 유언대로 ‘착실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아왔다. 여기서 키쿠오의 착실함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 실패로 가문의 명예를 실추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키쿠오가 사생아를 남긴 사실은 후지코마에게 뜬금없이 프로포즈했던 장면처럼 자신의 핏줄에 대한 열망이라고 생각한다. 그 열망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마지막 인간국보로서의 첫무대는 그 어떤 무대보다 아름다웠고, 그 무대에 화답하듯 박수를 치며 끝이난다. 인상적인 것은 무대 위 배우시점에서의 엔딩이 아닌 무대 아래 관객시점에서의 엔딩이라는 점이다. 결국 관객인 우리는 배우의 고통과 고뇌가 아닌 아름답게 빛난 무대만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국보 만키쿠의 마지막이 허름한 건물에서의 죽음처럼 가부키라는 예술 자체는 끝까지 칭송하지만,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는 잊혀지고 불품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가부키의 아름다움과 잔혹함을 같이 보여주지만, 아름다움으로 인해 잔혹함이 포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괴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섬세한 연출로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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