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스테이 청소 이야기 (6)
오늘의 청소도 끝나간다. 40분쯤 전 정신없이 설거지해 그릇 건조대에 헐렁하게 엎어 둔 그릇과 수저, 냄비와 컵이 얼추 말랐다. 새 종이 행주를 한 장 뜯어 들고 그릇을 하나씩 닦는다. 물기 없이 매끈하게, 손자국 없이 반짝거리도록. 사람의 흔적부터 손길까지 모두 지운 식기를 선반과 서랍에 놓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두 개 이상 겹치지 않고, 살짝 손 뻗으면 딱 닿을 자리에. 밥그릇, 국그릇, 큰 접시, 작은 접시, 종지, 와인잔, 물잔, 머그잔. 마지막으로 머그잔의 손잡이를 하나, 하나, 5시 방향으로 돌려 줄을 맞춘다. 하나둘 뛰쳐나와 부산했던 주방의 집기들이 모두 제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집 청소와 스테이의 청소는 은근히 다르다. 청소는 멀리서 보면 ‘쓰레기를 버린다, 먼지와 이물질을 없앤다,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이나 새것으로 바꾼다, 물건을 제자리에 둔다’로 단순하기 그지없지만 뜯어보면 장소마다 자잘한 단계가 많은 일이다. 그런데 스테이 청소는 모든 단계의 마무리에 집 청소보다 하나의 동작이 더 필요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침구의 커버를 벗겨내고 새것으로 바꿔 다시 잘 펴서 덮어둔다. 그리고 추가 동작. 곱게 분사되는 분무기로 새 침구에 물을 살짝 뿌리며 손으로 표면을 삭삭 만져 다림질하듯 잔주름 하나까지 마저 펴낸다. 소파에 놓아둔 쿠션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털고 떼어낸 다음 팡팡 두드려 볼륨을 살리고 제자리에 놓는다. 그리고 추가 동작. 위 모서리 가운데를 손날로 한번 통 쳐서 토끼 귀 같은 모양을 잡는다. 화장실의 휴지는 맨 끝 한두 칸을 떼어내고 걸이에 걸어 둔다. 다음 추가 동작. 끝 칸을 대각선으로 두 번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덮개 끝으로 살짝만 나오도록 가만히 돌려놓는다. 티슈 케이스에 티슈를 채울 때도 마찬가지다.
침실, 거실, 주방, 욕조실, 샤워실, 마당. 각 공간을 마디 삼아 치우고, 버리고, 닦고, 바꾸는 동안 일단 머릿속에는 투두리스트와 체크리스트뿐이었다. 사람 생각은 빼고, 일과 물건과 공간 생각만 한다. 깨끗하게, 빨리, 정확하게. 청소는 철저히 노동이고, 주어진 시간은 짧다. 나의 일에 집중해야 제대로 마칠 수 있다. 흔적을 지우면서 어제의 사람에 대해 짐작하게 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떠난 사람에 관한 생각은 실례인 것 같았다. 내가 투숙객이라면 머물고 간 자리를 보며 청소부가 나에 대해 상상하거나 짐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공간 한 마디가 제법 마무리됐다 싶으면 허리 한 번 펴고 숨 한 번 쉬고 나서 마지막 ‘덤’의 동작과 함께 비로소 새로 와 이 공간을 쓸 투숙객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 작은 ‘덤’을 투숙객이 알아차릴까, 혹은 고급 스테이니 ‘으레’ 이렇게 되어 있는 거라고 여길까. 이 작은 마무리가 조용한 환영의 인사가 되기를 바라면서, 손을 한 번씩 더 움직였다.
매뉴얼대로 반복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마음이 쓰였다.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긴 하지만, 마음을 쓰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 마음 씀을 투숙객이 무의식중에라도, 문득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일었다. 이 공간에 찾아온 이가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살짝씩 기분 좋아질 걸 상상하면 나도 기분이 좋았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지친 몸으로 방에 들어섰을 때 새하얗고 커다란 마시멜로 같은 침대를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가방은 바닥에 밀어두고 일단 그 위에 몸을 던지면, 멍하니 누워 서까래를 보고 있자면 여행의 피로감이 사르륵 녹아내리겠지. 반신욕을 하려고 욕조로 향했을 때 얼룩 하나 없이 빛나는 수전을 틀어 먼지 한 톨 없이 보송한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우면 기분이 어떨까. 뜨뜻한 욕조 안에 들어가 앉았을 때 눈앞에 바로 입욕제 통이 있고, 그 뚜껑을 열었을 때 딱 많지도 적지도 않게 뽀얀 입욕제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처럼 채워져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렇게 순간순간 작은 놀라움과 기쁨을 놓아두기 위해 청결을 넘어서 정갈하게 공간을 정비하려고 애썼고, 마지막 ‘덤’의 동작이 그 정갈함을 완성했다. 헤어드라이어는 상태를 체크하고 표면을 닦은 다음, 전선마저 깔끔하게 감아 흐트러짐 없이 놓았다. 수건은 도톰하게 개어 자수의 방향을 맞춰 가지런히 넣은 다음, 꺼내기 편안하도록 수납장 앞쪽으로 살짝 당겨두었다. 바디워시와 샴푸, 컨디셔너는 양을 확인하고 적절히 교체하고 통을 물기까지 깨끗이 닦은 다음, 항상 이름표도 펌프도 정면을 향하도록 가지런히 방향을 맞춰 두었다. 티슈 케이스는 항상 85%로, 가볍게 톡톡 뽑아 쓸 수 있고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두었다.
스테이의 환대는 언어로 시작된다. 한옥스테이의 이름이 달린 언어는 우아하고 정중하게 설계되어 있다. 문의나 예약, 체크인 과정에서 그 언어를 접하면 누구라도 일단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언어 너머에도 공간을 매만져 두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
방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향기와 툇마루 앞에 가지런히 놓인 슬리퍼가 분명 새로 온 투숙객에게 말 없는 환영의 인사를 전해주었을 것이다. 수백 개의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어김없이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를 위해 이렇게 하나하나 마련해 주었구나’ 하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을 상상하며, 이런저런 소모품을 챙겨 넣어둔 다음에는 여분의 비닐봉지, 남아버린 음식을 담을 음식물쓰레기 봉지, 새 일회용 수세미와 행주를 한 장씩 꺼내 반듯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색종이를 접듯 하나씩 작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곱게 접었다. 가장 무심코 쓰이고 버려질 것들이지만, 그것조차도 아름답게 접어 정해진 자리에 조용히 넣어두는 것이다. 아마도 투숙객은 툭툭 꺼내어 썼겠지만, 어쩌면 그 모양새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청소와 정비가 끝나면 흔적으로 남기는 환대의 마음에 흔적조차 없는 인사를 얹어두곤 했다. 공간마다 방향제를 뿌리고, 불을 끄고, 돌아 나오면서 꼭 빈방에 손을 흔들며 소곤소곤 인사를 했다. Sleep tight. 편안한 날 되세요. 누구한테 하는지도 모르고 전해지지도 않을 인사를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매뉴얼은 아니었고 그냥 나만의 의식이었다.
공간마다 작은 ‘덤’을 더해가며 모르는 이를 위해 마음을 써 두었으니, 그 사람이 꼭 그 안에서 편안함을 만끽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내가 그걸 기원했다는 걸 입 밖으로 소리 내고 싶었다.
돌아보면 그 인사는 사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본 적도 볼 일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하루하루 공간을 매만지고 속으로 인사를 건네면서, 그때 나는 나를 쓰다듬고 나에게 인사를 건넸나 보다. 별로 받아보지 못한 환대의 손길을 타인에게 건네고 또 건네면서, 그게 메아리처럼 돌아 언젠가는 나에게도 닿기를 꿈꾸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공간을 매만져 주고,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써 주고, 그 안에서 걱정은 멈추고 편안히 쉬어가라는 인사 한 마디를 건네주기를.
“Sleep tight, 편안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