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것들
오직 진실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행복할까? 진짜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 영화가 여기 있다.
우린 출근이 하기 싫으면, 갖은 핑계를 대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가령, 오늘 너무 아프다던지,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겼다던지. 맘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는, 저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라는 거짓말로 상대에게 진실을 감춘 채 돌려 말한다.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그 과정이 좀 더 수월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우린 거짓을 말한다. 상대방을 조금 덜 다치게 하기 위해, 내가 덜 불편하기 위해. 감정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린, 반드시 진실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진실이 얼마나 날카롭고 무거운 검인지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기 때문에.
진실은 불편한 것이다.
신랄한 진실에 웃음이 나온다. 펩시 광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코카콜라가 없을 때 찾는 것.
이 장면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린 이미 광고의 속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아름답게, 보다 뛰어나게 포장해야 하는 광고가 거짓 없이 모든 것을 고하고 있으니.
이런 거짓 없는 하얀 세상에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떨어트려, 역사를 새로 쓰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세상을 바꾸게 된다.
하얀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다.
좋은 거짓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긍정적 결과를 낳는 거짓말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거짓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전부인가.
이 영화는 진실 혹은 거짓, 그 명제에 대한 믿음에 대해 말한다.
진실과 거짓의 구분 없이, '믿음'이 전제된 세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설사 거짓이라 하여도.
완벽하게 상대방을 믿고, 또 내가 믿음을 주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우린 이미 거짓이란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진실과 거짓을 모두 수용하는 '믿음'에 더 주목해야 한다.특히 사랑 앞에서.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진실만 존재하는 하얀 세상은 없다. 그저 적절하게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믿을 뿐이다. 맹목적 믿음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마지막 초특가 세일 혹은 어떤 연예인의 스캔들 따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와 그를 통한 위로일 것이다.
사랑을 믿는 것. 그 간절한 믿음이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