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취업 시장이 밉다고 적었는데, 저번 주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더 높은 연봉과 더 좋은 복지. 나와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커리어에 새로운 한 줄 부끄러움 없이 적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왔다. 친구들은 졸부가 된 거 아니냐며 장난 섞인 축하를 해주었고, 회사 동료들에게도 하나둘씩 소식을 전하며 일하는 동안 느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감사와 사과는 아끼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내 이직 소식에 놀라셨다. 나는 어쩌면 올해 초부터 이직을 생각해 와서 예상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거로 많이들 생각하시는 걸 보고 오히려 내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잘해와서 그냥 묵묵히 계속 잘해나갈 줄 알았는데, 연말에 들려오는 이직 소식에 더욱 놀라신 것 같았다. 그만큼 또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다. 씩씩하게 잘해왔으니 새로운 곳에서도 씩씩하게 잘 해낼 것이라고. 그래도 회사를 헛으로, 허투루 다니지는 않았구나, 생각보다 예쁘게 봐주시고 계셨던 분들이 많았구나, 몸소 깨달았다.
시월 초, 나는 이렇게 글을 적었더랬다.
"운도 실력이라고,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능력이라고. 부질없어 보이는 말들 같아도 정작 운이 좋아 기회가 와서 잡았을 때 나는 분명 내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해서 잘될 수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힘들 땐 힘들고, 지나간 후에는 기억에 남는 레퍼토리 하나일 뿐이니까."
정말이지, 과거의 나는 돌아볼 때마다 참 낯설다. 이직이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아 울었던 내가, 꿋꿋하게도 저런 글을 남겼다. 저렇게 글을 쓰고 나서도 분명 과거의 나는 씁쓸해했을 것이다. '부질없는 말이니까 부질없어 보이지, '라며 한탄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그렇게 했기에 잘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믿음이 단단하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간파당한 것 같아 괜스레 움찔, 했다.
운도 좋았다. 계속되는 고배에 당분간 다시 이직 준비를 재정비해야 하는 순간에 찾아온 면접 기회였다. 별생각 없이 본 면접이었고,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회사의 태도에 '사기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2차 면접까지 보고 나서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치면 바보일 정도로 좋은 제안이었다.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욕심내고 싶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아무튼, 자랑은 충분히 한 것 같다.
이직을 위해 장장 한 해 남짓 걸리는 시간을 보내고, 2년 반 남짓되는 첫 직장에서의 시간을 조만간 정리한다.
모쪼록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