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기 까지 10년
나에게 블로그는 뭘까?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블로그' 이걸 왜 하는 걸까?
대체 나한테 뭐길래 맨날 힘들어하면서도 놓지를 못하나? 이런 질문보다는,
'이걸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나와의 관계성.
즉, 나에게 있어서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는 '블로그' 자체의 '가치'에 집중한 거죠.
왜일까?
돌아보면 그래요.
나한테 블로그란, 그만둘 수 없는 것이거든요.
그냥 해야 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겁니다.
'글'이라는 게 저한텐 그런 거거든요.
그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전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말보다 글이 편했어요.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보다, 내 안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내는 순간이 더 좋고 편해요. 쉽고 행복하죠.
그 마음 하나로 영상 시나리오 학과에 진학했고 좋은 결과도 얻었습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 친구들보다 빠르게 입봉을 했고, 장편 영화를 전국적으로 상영했죠.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힘이 그때의 저에겐 없었어요.
순간 찾아온 기회는 잡았지만 신기루처럼 곧 사라지고 말았죠. 꿈에서 깨어나야만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살아가야 하니까. 마음을 접고 현실과 타협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갔습니다.
심장이 열렬하게 뛰지 않아도,
두근거림으로 터져버릴 것처럼 쿵쾅대지 않아도,
일정한 속도로 뛰기만 한다면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잖아요.
다들 그런 게 있지 않나요?
너무 좋아하지만 포기해야만 했던 것.
사랑했던 연인이나 애증 했던 가족, 애정했던 물건이나 소중했던 마음들.
저에겐 그게 글이었습니다.
상실감을 견디는 건 힘들고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을 마주하는 건 슬프죠.
그러다 어떤 날, 너무 평온해져요.
내가 그걸 잃어버렸다는 자각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죠.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또 울컥, 슬픔이 밀려옵니다.
저의 삶은 그런 지난한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글을 잃고 글을 찾는, 글을 쓰고 쓰지 않는 날들의 반복.
참 많이 돌아왔어요. 온전히 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찾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요. 다시 글로 돈을 벌기까지.
그래서 제게 블로그는 너무 소중합니다.
여전히 나를 쓴다는 건 어렵지만,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뭐라고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