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가족을 사랑해야만 할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사람마다 아픈 상처가 있다.
내 경우에 그건 대개 가족이었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하지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면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까?
'아,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게 아닐지도 몰라.'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당연하지 않아'
'세상에 당연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관계나 사람은 없어'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대전제를 수정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엔 그랬다.
이때의 마음은 암흑과도 같다.
A는 B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A는 B가 아닌 현실을 마주했을 때
아이는 절망한다
문 밖을 나서면 당연한 것들이
문 안에서 그렇지 않을 때
그 간극
비유하자면 이렇다.
섬에 갇힌 기분
무중력 상태인 행성에서
유리창 너머로 비 오는 지구를 바라보는 기분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받는 충격이란!
세상에!
물방울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다니!
그건 말도 안 돼!
하는 느낌
근데 참 빌어먹게도
내 안의 결핍과 유교적 DNA는
가족을 사랑하게 한다
아니
가족에게서 사랑받고 싶게 한다
그 작은 마음이 포기되지 않아서
나는 아직 전전긍긍한다
혼자 발을 동동거린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면
우리는
서로 동동이고 있다
어쩌면 내내 그러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