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여가 슬퍼질 때

쉬어가는 편: 가끔은 함께가 그리울 때도 있다

by 빨간 머리 앤

나는 혼자서 하는 뭐든 행위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누군가와 같이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혼여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는 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중간에라도 꼭 혼자만의 여행을 넣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혼여가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여행지에서는 그 여행지를 좋아할 이들이 떠오르고, 안 좋으면 안 좋아서 타인이 그리워지는 것이 또 여행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혼여를 하면서 느낀 사소하고도 실질적인 불편함에 대해서 남겨보겠다.


1. 사진의 부재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혼여의 최대 단점이 아닐까 싶다. 책가방 여행을 위해 짐을 극단적인 수준으로 줄였던 (나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여행지에서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을 차지하곤 한다. 그러나 혼자서 여행을 다닐 경우 그런 사진을 남기기는 거의 어렵다. 특히 저세상 구도의 사진들만 찍어주는 외국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 당시의 나는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터라 아쉬움이 크지 않았지만 나의 흔적을 남길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퍽 아쉬웠다 - 혼자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사진’이라는 매개가 없다면 내가 이 공간에 존재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이가 없다.

다만 구도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구도로나마 나의 존재를 남기기로 했다. 많이는 아니고 가끔. 정말로 기억하고 싶은 공간들에서만 말이다. (위의 사진은 내가 애정하는 여행지인 마요르카에서의 사진이다)


2. 음식 이슈

여행의 또 다른 묘미 - 여행지의 새로운 음식 탐험에도 지대한 불편함이 생긴다. 어딜 가든지 한 개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내 위장과는 잘 대화하면 가능하지만 내 지갑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얄팍한 지갑이 제일 야속했던 때는 브뤼셀에서였다. 브뤼셀을 방문했을 때, 나는 브뤼셀의 유명한 전통요리라는 물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홍합요리였던 뮬은 아쉽게도 2인용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가격도 상당했다. 당시에 길어진 여행으로 상당히 빈곤했던 터라 아쉽게도 먹지 못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혼자서 30유로짜리 요리를 먹기는 좀 그랬기도 하고.

와플로 끝난 브뤼셀 여행


3. 좁고 북적이는 숙소

앞선 것들이 여행을 떠난 뒤에 깨닫게 되는 이슈들이라면, 숙소 이슈는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다.


친구와 첫 유럽 여행을 기획하며 이후 가장 먼저 포기했던 것은 좋은 숙소였다. 휴양이 유일한 목적이자 여행의 이유였던 동남아 여행과 달리 유럽에서 좋은 컨디션의 숙소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짐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절대 호스텔과 도미토리는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행인데 방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까지 보면서 지내고 싶지는 않았고, 우리는 말이 많은 편이었으니까.


그러나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호스텔이나 도미토리를 선택하게 된다. 일단 물가 비싼 유럽에서 2인용 숙소를 혼자 부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위험에 취약하니 숙소의 컨디션보다도 접근성이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도미토리는 의외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다. 예컨대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호주 친구들과의 우연한 동행이라던가, 아니면 멕시코 친구와의 일대기 공유와 같은 일들은 도미토리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브뤼셀에서 만난 한국인과의 동행은 처음으로 묵어본 한국인 민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비록 내향형에겐 좀 힘든 경험이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은 종종 불편함도 이기는 법이다.


숙소의 컨디션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이런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낯선 이들과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꽤나 지치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연스럽게 누리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기도 좋고 말이다. 실제로 긴 도미토리 생활을 마치고 오랜만에 마요르카의 호텔 방에 들어갔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예상보다 좋았던 네덜란드의 도미토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게 최대 단점이다.

두브로브니크 여행으로 넘어가기 전 혼여를 하며 느꼈던 몇 안 되는 단점들에 대해 가볍게 적어보았다. 쓰고 보니 그냥 혼여의 단점이라기보다는 가난한 혼여객의 단점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극소수의 존재들을 제외한다면 인간은 언제나 유한한 자원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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