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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Jun 03. 2018

성실한 무기징역수 그리고 화이팅


아시아 여행을 할 때 만났던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행복하니?"


"not really"


"나도 그래. 그래도 가끔씩 웃어"


[인생 왜 이렇게 짠할까.]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월 5~600을 벌어도 그렇게 지겨워 보일 수가 있을까. 성실한 무기징역 수처럼 꾸역꾸역.. 여기서 지겹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 나만큼 인생 거지 같은 것 같아서


살다 보면 나만 힘들고 답답함에 미쳐 벌릴 것 같습니다. 세상은 모두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요? 다른 사람은 번듯한 직장에 좋아 보이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의 아저씨의 시작입니다.. 주인공 박동훈은 대기업 부장, 변호사 아내, 자신을 끔찍이 사랑하는 가족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가졌음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망했어 이번 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모르겠다. "

"빨리 무너졌다. 60은 돼서 무너질지 알았는데"



그의 삶이 어찌나 짠한지 사채빚에 시달리며, 말 못 하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며, 지치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는 이지안 조차 그를 짠하게 여기며 지켜주려 합니다. 


우리 주변에, 아니면 내 삶 언저리 어느 부분에 성실한 무기징역수 박동훈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구겨졌을까?... 망가진 사람들]


"아침에 일어나기가 끔찍해 또 완전히 구겨졌어"


저는 극 중 최유라 캐릭터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구겨졌다고 말하는 착한 그녀에게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삶은 고단합니다. 눈에 밟히는 것이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삶의 무게를 잘 견뎌냅니다. 무겁다고 내팽개치지 않습니다. 솔직히 눈에 밟히는 게 없는 사람들. 못됐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잘 살아갑니다. 또 착한 성실한 무기징역수들은 그들에게 구겨지겠죠.


박동훈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어른입니다. 책임을 지는 어른입니다.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가족에게도 고통을 전가하려 하지 않습니다. 혼자 감내하고 책임질 것 이 있으면 숨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합니다. 상처받은 이지안을 4번 이상 도와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점에서는 제가 사회에서 만났던 어른들과는 너무 다르네요. 어쩌면 저는 그 비겁했던 어른들 때문에 더 구겨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때는 구김살이 없습니다. 해맑고 잘 웃을 뿐이죠. 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구겨지기 시작합니다. 커가면서 인생의 무게를 점점 더 실감하고 또 구겨집니다. 인생의 무게가 사람이 든,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든 말이죠.


그래서 저도 박동훈처럼 상처받은 아이 이지안이 너무 짠했습니다.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개는 지난날을 알기가 겁난다."

네팔에서 16세 소년 포터를 만나적이 있습니다. 혼자 멜 수도 없는 무거운 짐을 들고 5000미터까지 올라가는 아이였습니다.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인생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 같아 참 안타까웠습니다. 도망만 다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인생의 무게를 알아가고 있는 저보다 너무 일찍 짊어진 것 같아  짠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간접적으로 접할 때마다 30대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구겨진 어른 박동훈, 상처받은 아이 이지안, 구겨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완전히 펼쳐질 수 있을까요?


"나 원래대로 펼쳐놔요. 감독님이 구겨 놨으니까. 다시 깨끗하게 펼쳐놔요. 펴나요. 원래대로"


그런데 우리는 타인에게 못된 사람들에게 구겨지기만 했을까요? 우리는 과연 상처만 받았을까요. 준 적 없이. 저의 삶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겨졌던 만큼 저도 다른 사람을 조금이나마 아니 많이 구겼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지만 잠시나마 이 글을 통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미안합니다. 내가 부족하고 치사한 사람이라 그랬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하지만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생은 딜레마의 연속인 것도 같네요.


[외력과 내력의 싸움]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삶의 외력(지진, 바람 등)은 나를 강타합니다. 이것은  어떠한 사람이라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성실하게 살았던 박동훈에게도 대학 후배가 회사대표로오고 그 후배는 아내와 바람을, 이로 인해 대표는 박동훈을 20년 다닌 회사에서 몰아내려 합니다. 


그리고 이 외력이 인생에서 한 번이면 족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진이 있고 지진은 살만 할 때쯤이면 다시 나를 흔들어 댑니다.


저도 여행후기 중에 이렇게 썼던 대목이 있습니다. 

"나에게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대지진들이 나를 덮쳐올 것이다. 물론 나는 아주 그것이 무척이나 두렵다. 그 지진의 파동들이 나를 피해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겨낼 것이다 아니 지금처럼 잘 버텨내주길"


내력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극 중 박동훈이 이지안을 직원으로 뽑은 이유는 상관없는 스펙으로 빵빵한 친구들보다 이력서에 달리기 하나 써놓은 이지안이 더 내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라고 말합니다. 


뼈는 금이 갔다 다시 굳어지면 더욱 강해진다고 합니다. 근육은 저항을 이기면서 성장해나갑니다. 저항을 이겨내면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지 않을까요? 덮쳐오는 외력에서 버텨내면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버티는 삶은 고단하겠지만.



[당신은 괜찮은 사람]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화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숨이 쉬어져"

"고맙다 고마워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저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끔찍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때 일주일만 쉬고 10년 20년 일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차장님의 말이 사형선고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타고 가고 있는 출근 버스가 넘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 번씩 끔찍하고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습니다. 극에 나오는 말처럼 여기가 지옥이고 어쩌면 우리는 벌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일관된 메시지로 전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진다고,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또 살아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외력을 이기는 내력만큼 삶을 지탱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동훈과 이지안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박동훈 좋아하는 형제, 싸움으로 얼굴이 망가진 것 때문에 수십 명이 달려오는 동네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 주고 지켜주는 이지안이 있습니다. 이지안은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다 알고도 이해해 주고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박동훈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어떻게 보면 삶은 힘들고 지옥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번씩 웃고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을 보면 또 한 번쯤 살아볼 만한 삶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극에서 박동훈과 이지안이 더욱 안타까웠던 점은 너무 힘들어 무너져 울고 싶은데 아무것도 아닌 척 삼키는 것 있었습니다. 


한 번쯤 속 시원하게 울고,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 너 참 괜찮은 친구다라는 말을 들으면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하루,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보이면 "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다 힘내"라고 말해줘야겠습니다.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져 사람들이 뒤에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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