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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Jul 03.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10

드디어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를 가다

네팔에서 10일째 아침을 맞았다.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오니 숙소 배경도 수채화다. 세상에나!! 나는 6일째 이 고산을 걷고 있었다. 

우리는 우뚝 솟은 산? 정점? 바람? 구름? 희망? 미래? 과거? 아픔? 슬픔? 후회?를 향해 나아간다.

오늘도 우리를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참 걸으면서 생각한 건데 여기가 화성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외계행성에서 집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 집을 찾아가고 있는 소년은 아니었지만 소년 같다고 생각했다. 

화성의 사람들...

                                                                  빙하에 걸린 구름처럼 

내가 히말라야에서 저 광경을 보았던 것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한국의 부산 그리고 회사 휴게실에서 점심시간을 틈타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누구이고// 저기 저 사진 속 풍경을 걷고 있던 또 다른 나는 누구인가... 

긴 꿈이었을까.....

스타워즈, 스타트렉 시리즈의 외계행성 같기도 하다.

또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없애러 모르도르로 가는 길 같기도 하다.


오래 걷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 아직까진 걸을만했지만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고동치면 그 파동이 뇌를 조금씩 때리는 것 같았다. 6일째 씻지도 못하니 수염은 덥수룩 해졌고 머리는 기름지고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이제 빙하들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만년설 아니 만년 얼음 위를 걷고 있었다. 태초의 이곳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잘 모르겠지만 이곳 히말라야 그리고 빙하들은 수만 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판과 판의 충돌로 이 높고 거대한 고산지대들이 만들어졌을 텐데, 수만 년이 지나도 이 산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높게 우 뚝 솟기 전에 지구의 모습, 우리들이 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땅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런 질문들을 던지도 보니, 이 곳 어딘가를 탐험하다 보면 생명의 신비, 삶의 의미, 행복 같은 것들에 대해 답을 얻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이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 만년의 시간과 자연에 비하면 나는 저 먼지, 아니 바람 속의 작은 원자 하나만큼 작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게 작으면서 미래에는 태산을 들 수 있다는 듯이 살아왔고 내가 특별한 존재인양 아등바등 거리며 속좁게 살아왔다. 히말라야가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그 착각들을 언제쯤 완전히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죽기 전에는 인정할 수 있을까.


걷고 또 걷는다. 먼지 아니 원자와 같은 인간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걷고 또 걷는 것뿐이다. 걸어가다 보면 히말라야에도 가보고 빙하도 볼 수 도 있다. 다른 좋은 것들도 볼 수 있겠지. 

저 쌓여 있는 흙들은 다 들어낸다면 온 통 에메랄들 별이 될 텐데. 빙하야 녹지 말아줘. 사람들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 줘!!! 

                                                                            우리는 오늘 

                                                                   마지막 로지 고락셉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들 중에 하나인 EBC. 솔직히 황량하다. 왠지 가장 높은 곳, 1인자는 쓸쓸하고 고독하며 황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평생 악을 쓰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데 저러한 황량한 풍경이면 어떨까....  인생 잘 못 살았단 생각이 들 것이다.

드디어 고락셉이 보인다. 아직 EBC 칼라파트라가 남았지만 다 온 거 같았다. 긴장이 스르르륵 녹았다.

이야!! 도착했다!!! 근데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칼라파트라 남았다. 이야!! 


나는 계속 내 생애 가장 높은 곳에 서있었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얼음 협곡? 계곡. 아 또 비슷한 것 생각이 났다. 얼마 전에 재밌게 본 왕좌의 게임 얼음과 불의 노래! 드라마에 나오는 장벽 넘어 풍경 같기도 하다. 존이 얼음 귀신들과 싸우다 위기를 맞자 폭풍의 딸 대너리스가 드래곤을 타고 구해줬던 그 얼음호수 같다. 다행히 드래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원정대가 지낼 로지가 보인다. 5140m 고지에도 로지는 어김없이 있다. 역시 오늘은 힘들었다. 체력이 많이 고갈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팀원들도 많이 힘에 겨워하셨다. 약사 선생님과 김 선생님은 고산병이 더욱 심해져 많이 힘들고 피곤해하셨다. 원래 오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일정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휴식을 취했다. 나와 진감독님만 ebc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흙산 위로 좁게 나 있는 길이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이다. 칼라파타르는 흙 산, 언덕? 동산? 같기도 한대 5550m로 나 같은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이다. 일종의 전망대로 저기 가면 에베레스트, 로체 등 히말라야의 웅장한 봉우리들을 확 트인 시야로 볼 수 있다.  

멀리 헬기가 보인다. 처음 고락셉에 도착했을 때 헬기가 있는 모습에 누군가 사고를 당한 것인 가했는데 무언가 물건을 수송하는 것 같기도 했다. 병원도 없는 고산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일 것이다. 헬기는 네팔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사설 회사라고 한다. 사고가 나 헬기를 통해 하산하면 비용 또한 어마어마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나쁜 사람들이 산에서 술을 먹었거나 내려가기 힘들다고 119 구급 헬기를 부른다고도 하는데....(비용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위급한 사람들이 도움을 못 받을 수 있다. 

드디어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EBC로 간다. 트레킹하는 동안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1시간쯤 걸어가니 해발 5300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의 노란 점들은 8848M의 에레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등반가들이 설치한 베이스캠프였다. 동행한 김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에베레스트에 올라가기 위해 김선생님의 등반팀은 1억 원이 넘는 돈을 에베레스트 정복을 위해 투자하셨다고 들었다. 참 대단하기도 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저게 머라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 한단 말인가. 하지만 앞 포스팅에서 썼듯이 다들 자기만의 사정이 있고 선택이 있다. 그것을 존중해줘야 할 것이다. 

나도 문득 태양이 비추는 저 봉우리를 보니 이런 감정이 불쑥 올라왔었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저곳에 올라가 보고 싶다." 확실히 이 곳 히말라야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아니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전경들 여기서는 에베레스트 봉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 올라갔었던 칼라파타르에 가야 거대한 산맥들을 볼 수가 있다. 

멀리 한국에서 온 부산 남자. 머리는 떡지고 검댕이가 되어 빙하와 함께 있다. 사진 속 웃는 모습처럼 목적지 도착했기 때문인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계속 웃음이 났다. 왜 그렇게 좋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기승전결처럼 처음, 중간, 끝 그 과정들을 완결되었던 날이어서 그랬다. 살다 보면 끝까지 완수하는 것보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많다. 모든 과정은 어렵고 어떻게 보면 완수, 결말을 내어 보이는 일은 드물다. 그것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작은 시작과 끝일지라도 끝까지 해내어, 결말을 보았던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다. 그 몇 가지 안 되는 일들이 내 인생에 환희와 기쁨을 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해도 괜찮다.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말을 나는 가장 싫어한다. 

그러니 잠시 쉬어 가도 된다. 나중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지키고 싶은 것이라면!! 생각보다 삶은 길다. 


"놓아 버리지만 않으면, 포기만 하지 않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


이렇게 고대하던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를 구경하고 고랍셉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참 몸이 무거웠다. 숨도 많이 가빠졌다. 앞서가던 진감독님과 포터 카르마씨와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선두에 있던 두 사람 기다려줬다 합류하고 격차가 또 벌어지고 합류하고 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로지에 도착했다. 또 도착하니 괜찮았다. 


로지에 도착하니 김선생님의 등반 대장이 와계셨다. 김선생님이 걱정되어 베이스캠프에서 직접 내려오신 거였다. 대장님 답게 정말 포스가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상이셨다. 우리에게 김선생님과 함께 올라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다. 등정팀은 항상 같이 다닌다고 한다. 혼자 떨어져 걷는 팀원은 없단다. 그래서 내내 혼자 물품을 전달하러 떠나 오신 김선생님이 걱정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산에 경험이 많더라도 혼자는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 고마워하셨고 인삼가루 백숙, 김치 등 음식을 대접하셨다. 와 진짜 저 5000m가 넘는 고산에서 백숙을 먹었다. 아마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 가는 것보다 5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백숙을 먹는 것이 더욱 흔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백숙 맛은 정말 나이스 했다. 일품이었다. ㅋㅋㅋ 해발 5000m 넘는 곳에서 백숙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ㅋㅋㅋ


또 어른들과 백숙을 먹으며 인생에 대해 이런 저러 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었다. 


내일 새벽에는 다 같이 칼라파트라에 오르기로 했다. 칼라파타르에만 오르면 나의 쿰부히말! 에베레스베이스캠프 트레킹 목적지에 다 가본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TO BO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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