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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Sep 28. 2018

land


하얀 콘크리트 사이로


시럽처럼 흩뿌려져 있는 검기도 붉기도 한 이 땅


이 땅은 요술의 램프


내가 심은 마늘 한쪽, 파 한쪽은 겨울을 버틴 후


10쪽의 마늘이, 몇 곱절의 수확물로 돌아온다


하나의 아이러니


분명 요술램프인데 이 땅은 평당 10만 원


도심 속 그 땅, 하얀 콘크리트 위에 차가운 동산은 평당 1000만 원


아니 부르는 게 값


땅과 맞닿아 있지도 않은데, 몇 곱절의 마늘도 주지 않는데


모델하우스, 콘크리트의 요술이 닿는 그곳에 사람들은 욕망을, 어떤 사람은 한줄기 희망을 품고 


장사진을 이룬다. 


그 땅, 발 디딜 곳 없는 인구 밀도


이 땅, 한 마을에 고작 10가구 남짓, 젊은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곳, 인구밀도? 그게 뭐? 고추 밀도는 알겠다.


이 땅,  물에 빨간 물감이 예쁘게 번지듯이 노을이 아름답고, 벼 이삭에 황금빛 논이 선선하고, 녹읍이 


우거진 아름다운 땅, 평화로운 땅


그, 이, 땅들은 필요 없어진 요술램프를 품은 채 정녕 죽어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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