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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Feb 21.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5

EBC에 첫발을 내딛다.

네팔에서 5일 차 아침이 밝았다. 트레킹의 긴장감일까? 잠을 설쳤다. 아침부터 배낭 때문에 묵직했다. 나는 포터를 구하지 않았다. 내 짐은 온전히 내가 짊어졌다. 배낭 무게는 7~8kg 정도 나갔다. 이 배낭과 10일 이상을 함께 했다. 내 짐을 내가 온전히 짊어졌던 것,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아침 일찍 진 감독님과 만나 카트만두 국제공항으로 갔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배앓이는 조금 괜찮은 것도 같았고 아닌 것도 같았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 히말라야, 대자연을 품고 있는 네팔은 아마도 나에 조금은 심술이 낫나 보다. 


진 감독님과 공항에서 짐을 부쳤다. 맥가이버 나이프를 배낭에 넣어두었다 수화물에 다시 부치는 조그마한 해프닝도 있었다. 


공항에는 각국의 사람들이 ebc로 가기 위해 긴장된 얼굴을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사람은 진 감독님과 나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을 abc,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간다. 휴가가 짧은 한국인들의 특성상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한 ebc 코스는 무리인 듯하다. 한 편으로는 이 세계의 지붕 아래에서 바쁜 일정 속에 트레킹을 즐기는 한국사람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ebc트레킹의 첫 발을 내딛는 루크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는 아주 작은 경비행기였다. 신기하게 비행기 조종석이 좌석에서 볼 수 있다. 두 기장님들의 조종 모습을 본 것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비행기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대략 3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것 같다. 아주 작은 비행기였다. 그러나 나름 어여쁜 기내 여승무원도 있었다. 승객들의 얼굴을 보니 긴장과 흥분이 동시에 부딪치는 바다와 같았다. 나도 긴장감과 흥분이 교차했다. 위험할 수 도 있지만 여행을 하면서 이런 가슴 두드리는 흥분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 두근거림이 보잘것없는 내가 세상에 울리는 북소리 같았다.  

게기판을 점검하는 파일럿!

저렇게 작은 비행기들이 흥분을 안은 승객들을 태우고 네팔의 산들로 날아갔다. 


조종석은 계기판 천국인 듯

내가 탄 비행기는 이렇게 작은 비행기였다. 작아서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또 언제 경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해보랴!! 1시간? 40분 남짓? 비행을 하고 루클라 공항에 착륙했다. 


루클라의 풍경은 이러했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며 감흥 되살려 보니 루클라는 엄청 평화로운 곳이었다. 흥분과 긴장을 따뜻한 첫인상으로 녹여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평화를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루크라 공항의 전경 

에피소드 3에서 루클라 공항이 악명 높은 공항이라고 말했는데 이유가 위의 사진에 있다. 공항이 산 위에 있다 보니 활주로가 짧아서 큰 비행기는 내릴 수 없고 작은 비행기들만 내릴 수 있다. 활주로가 짧은 만큼 아무래도 다른 일반적인 공항보다 비행기 이*착륙이 다소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ㅋㅋ 산에 비행장이 있으니 산 밑은 당연히 낭떠러지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산 밑에서부터 올라올 수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루클라에서 시작하는 일정보다 일주일이 더 소요된다고 들었다. 대략 13일 정도가 소요되는 ebc트레킹 일정에 일주일이 추가되어 20일 정도 시간이 걸리겠다. 반면에 밑에서부터 올라오면 서서히 고소 적응되기 때문에 고산병의 위험이 줄어든다. 루클라 자체가 약 2850m, 고지에 있으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고산병 증상이 오는 사람이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진감독님 포터도 만날 겸 로지에서 차를 한잔 먹고 가기로 했다. 네팔에 트레킹길에는 트렉커들을 위한 로지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포터들도 쉬어간다. 


루클라 로지에서 진감독님의 포터 카르마 씨를 만났다. 두 분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마 씨는 다수의 한국인들을 손님으로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하고 친절했다. 카르마 씨를 만나고 진감독님은 로지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진감독님이 하신 고산 피아노 콘서트 때문에 네팔인들은 진감독님을 잘 아는 듯했고 친절했다. 

 

진감독님은 내가 마실 차로 진저티(생강차)를 추천해 주었다. 고산병을 이기는 데 생각차가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그 외 비아그라, 타이레놀 등이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네팔에 오기 전 중국에서 메리설산이라는 3000m급의 산을 트레킹 해서였을까 나에게 고산병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조금씩 근거 없는 자신감 근자감이 서서히 내 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이 근자감이 나중에 어떤 폭풍을 몰아 올지 이때 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생각차를 먹고 나니 또 배가 아팠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설사는 멈췄고 배앓이 때문에 트레킹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드디어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머리 색깔의 외국인들이 많다. 여행을 하면서 딴 건 몰라도 그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좋았다. 유럽의 내 또래 젊은 청년들은 자신이 돈이 많던 적던 개의치 않았고 행색이 초라해도 아이 돈 케어! 확실히 타인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자유로워 보였다. 타인의 기준의 맞춰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들은 가진 게 없어도 쭈글 쭐글해 보이지 않았다. 부러웠다. 부러웠던 것을 인정한다. 

네팔의 트레킹을 하다 보면 사진처럼 많은 포터들이 보인다. 포터들은 고용주 (트렉커)들에게 임금을 지급받고 고객들의 짐을 날라주고 길 안내도 한다. 숙소(로지)도 포터들이 아는 로지로 잡아준다. 그에 따라 로지에 어느 정도 커미션을 받는 듯하다. 가이드를 고용할 수 도 있는데 가이드를 고용할 경우 짐은 고객이 짐을 들어야 한다. 포터를 고용할 경우 보통 작은 배낭(물통, 카메라 등을 넣을 수 있는)은 트렉커가 매고 옷 등이 들어있는 무거운 큰 배낭은 포터에게 맡긴다. 


나는 처음부터 포터를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동행인인 진감독님이 포터를 고용했으니 셋이서 같이 다녔지만 내 짐은 내가 맸다. 앞서 말했듯이 배낭 무게는 7~8kg이었다. 이 정도 무게를 약 10일 정도, 하루에 평균 5시간 정도를 산행했다.  


여행 TIP 포터편!

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네팔 트레킹을 꿈꾸시는 일반인 분들이라면 현지에서 동행인을 구하시던지 포터나 가이드를 구하시길 꼭 꼭 추천합니다. 저는 사고가 생겼을 때 돌봐 줄 동행인이 네팔 트레킹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이드의 비용은 잘 모르겠으나 포터의 경우 제가 갔을 2016년 당시 하루 일급이 18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비용은 트레킹 시작할 때 반을 지급하고 트레킹을 마치고 반을 지급하거나 하루하루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포터 고용은 대부분 숙소에 문의하시면 구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말했듯이 저는 포터를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1. 정보조사 시 트레킹은 체력적으로 일반인도 할 수 있고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장기여행에 때문에 돈을 아끼려는 측면 3.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유연함 4. 마음이 맞지 않는 포터를 고용했을 경우 꿈꾸던 네팔 트레킹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등이 있었습니다.


네팔 트레킹을 꿈꾸시는 분들도 4번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먼저 대부분의 포터는 착하고 친절합니다. 저와 함께 했던 동행들의 포터들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 1) 러시아 부부와 나이 든 포터

제가 로지에서 목격하고 보았던 러시아 중년 커플(부부로 생각됩니다.)과 나이 든 포터 한 명이 있었습니다. 처음 로지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부터 진감독님의 포터와는 다르게 러시아 아저씨에게 너무 스스럼없이 불필요한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다 산 중간에 만났을 때는 그 포터가 술에 취해 저에게 약간 시비를 걸더군요. 그리고 러시아 커플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미 러시아 아저씨는 포터를 되게 언짢게 대했고 포터에게 화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왜 화가 났는지는 다음에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로지 주변에 말이 한 마리 있었는데 러시아 아줌마가 말에게 관심을 보이자 포터가 말을 태워주려고 했습니다. 러시아 아저씨가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그 나이 든 포터는 러시아 아줌마를 말에 태웠고 그 과정에 허리를 잡는다던지 안는다는지 응근 슬쩍한 스킨십 있었습니다. 제가 그 커플 남성이라도 상당 언짢을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만나지 못했네요.


사례 2) 약사 선생님과 포터

중간에 합류하여 함께 트레킹 했던 한국인 약사 선생님의 포터가 있었습니다. 이 포터는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었지만 일처리가 상당히 더디고 약사 선생님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약간 돈만 받아가면 된다는 태도를 많이 느꼈습니다. 네팔 트레킹은 누구든지 큰 마음먹고 오는 것일 텐데. 그런 태도의 포터를 만나다면 여행이 많이 불편해질 것 같았습니다.


사례 3) 한국인 여성분 강도 사례

네팔에서 출국하는 날 한국인 여성분을 비행기에서 만났습니다. 누가 봐도 키도 크고 예쁘게 생긴 젊은 여성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포터에게 강도를 당했다고 하셨습니다. 지인 중에 네팔 트레킹을 하고 함께한 포터가 마음에 들어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가 제가 만난 여성분에게 추천해드린 경우였습니다. 에이전트나 숙소를 통하지 않고 이 여성분에게 바로 소개를 한 경우였습니다. 처음에는 여성분이 함께 여행하는 포터에게 엄청 잘해주었다고 합니다.(진 감독님에게 들은 바는 처음부터 너무 잘해주면 손님을 깔보기 때문에 처음 이틀 정도는 포터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성분의 친절을 포터는 이성적인 호의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중간의 남자 동행이 생기자 포터가 경계하고 짜증을 내며 남자 동행을 먼저 보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이상한 기분을 감지한 여성분이 포터를 경계하자 포터가 화가 났는지 트레킹 막바지에 약속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였습니다. 여성분이 줄 수 없다고 하자 칼을 들고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 말렸음에도 너무 살기등등하여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찝찝한 것은 트레킹 시에는 앞서 말했듯이 퍼밋(허가증)이 필요합니다. 허가증에는 트렉커 사진이 있고 여권번호 등이 적혀있습니다. 그것도 돌려주지 않고 가져가 버렸다고 합니다. ㅜㅜ


제가 물론 안 좋은 사례를 많이 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터를 구하실 때 만약 가능하시다면 포터 면접을 보는 방법도 좋겠습니다. ebc의 경우에는 대부분 포터들의 집이 루클라 쪽에 있는 것 같아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분들 네팔 트레킹의 코스는 로지들도 있지만 깊숙한 산속이고 병원, 경찰서, 등 인프라가 없는 오지입니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 득실 득실 되는 곳이죠. 그래서 저는 여성분이라면 반드시 동행을 구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남자도 마찬가지고요. 여성분들은 포터를 구하시더라도 처음부터 동행과 함께 구하시길 바랍니다. 혼자 네팔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네팔 게스트하우스, 한인식당 등에서 운이 좋다면 저처럼 마음에 맞는 동행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앞서 소개하여드린 사례처럼 업체나 숙소를 끼우지 않고 개인적으로 포터를 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상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정보를 찾아보세요. 겁은 먹지 마세요 장기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조심만 한다면 해외여행에서 사고 터질 일이 별로 없습니다.

진 감독님, 진감독 님포의 포터 카르마 씨, 나 이렇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 , 여정이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났고 컨디션이 안 좋음에도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의 힘일까 기운이 낫다. 어쩌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취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첫날이라 많이 걷지 않았다. 한 2~3시간 걷자 몬주가 나왔다. 

나의 여행 사상 첫 로지에 입성했다. 아직까지 여행의 들뜬 기분이 나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 몬주의 로지 주인과 진감독님은 잘 아는 사이 같았다. 주인의 딸과도 일면식이 있다고 했고 주인아주머니는 우리 어머니 같이 아주 친근하고 정이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 셨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종업원 아가씨가 예뻤다. 눈이 참예 뼜다.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새삼 느낀 거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눈이 참 예쁜 것 같았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처럼 진감독님과 로지의 네팔 사람들은 이런 저러 한 담소를 나누었다. 그때 분위기를 지금의 기억으로 더듬어 본다면 참 "화목"했던 거 같다.



어쩌면 여행은 부서지고 조각났던 어떤 것을 하나로 다시 붙이는 것 같다. 화목, 화합, 평화 같은 우리 인생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로 말이다. 

그러게 이야기가 무르익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사진에는 저렇게 나왔지만 저것은 한국 된장국이다. 바로 마트나 슈퍼마켓에 파는 *뚜기 같은 인스턴트 국 말이다. 역시 베테랑은 남달랐다. 걸으면서 왜 그렇게 진감독님의 배낭은 큰가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가방 안에 한식들이 가득 찼다. 재료를 주고 요리비를 주면 로지에서 요리 값을 받고 음식을 해준다. 밥은 햇반이 아니고 시켜서 나온 거! 한식을 먹자 또 힘이 났다. 이 네팔 히말라야 고지에서 한식을 먹다니 나는 역식 해운아였다. 진감독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충만했던 히말라야의 하루가 저물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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