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3,410km 운전만 36시간
오타와에서 퀘벡시티까지 450km 5시간 운전,
퀘벡시티에서 가스페 Gaspe를 거쳐 페르세 Perce까지 750km 8시간 운전,
페르세에서 다시 퀘벡시티로 760km 8시간 운전,
퀘벡에서 다시 오타와로 450km 5시간 운전.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네비에서 안내하는 거리와 소요되는 시간이지만, 실제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당연히 더 길다. 경치라도 볼 양으로 최단 거리인 고속도로를 피하고 국도나 해안 도로를 택하면 시간은 더욱더 길어진다.
3박 4일 동안 주행거리가 총 2,410km, 운전만 26시간에 달하는 길고도 긴 로드트립이었다. 게다가 토론토에 다녀오느라고 이틀 전부터 이미 하루에 500km씩 운전한 후였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4박 5일 동안 주행거리 3,410km, 운전만 36시간인 셈이다.
짧은 일정으로 먼 거리 여행을 계획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애초에 비행기로 가자 했는데 만만치 않은 비행기표에 렌터카까지, 그놈의 돈 좀 아낀다며 기어이 차를 끌고 가더니 운전만 제대로 하고 구경은 건성이 됐다. 말 그대로 갔다 온 것 밖에 없는 찍고 오기식 여행은 오히려 피로만 덕지덕지 붙어서 돌아오기 마련이다.
운전만 5시간이라고 해도 2시간마다 15분씩 쉬어야지, 밥도 먹어야지 하다 보면 8시간은 족히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저녁이 된다. 8시간짜리 운전은 더 심각해서 자정쯤 숙소에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구경은 언감생심, 그저 운전해서 빨리 가느라 달리는 채로 휙휙 지나쳐버리기 십상이어서 실제 관광다운 관광은 4일 동안 하루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여행의 백미라고 하는 부부싸움은 제대로 했으니, 그것도 따지고 보면 피곤한 운전 때문이었다.
아침 9시 오타와를 출발해서 중간에 두어 번 쉬고 퀘벡시티를 휘리릭 둘러본 다음, 근처 숙소에서 1박 하는 것이 첫날 하루의 코스였다. 퀘벡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5시쯤이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퀘벡시티는 오래된 건물과 거리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가파른 언덕에 지어진 멋스러운 건물과, 좁은 골목마다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늘 바글바글하다. 우리 부부도 여행사를 통해서, 그리고 자유여행으로 해서 이미 두어 번 다녀갔었다.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더니 그냥 숙소로 가자고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출발하기 전에 들러야 할 곳과 볼 것들을 추려서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우는데 이렇게 즉흥적으로 계획을 변경하느냐며 열변을 토하는 나에게,
다 본 것들이라 별로 새롭지도 않은데 신경 쓰면서 좁은 골목길 운전하느니, 일찍 숙소에 가서 내일의 운전을 위해 쉬는 게 낫다며 남편이 바락바락 대든다.
그래서 싸웠다.
여행이란 것이 거기 가봐야 산이고 바다지 뭐 별거 있냐고 한다면 떠날 이유가 없다.
그럼 왜 여기까지 운전하고 왔느냐 비행기로 왔어야지, 그래도 이왕 왔으니 보고 가자는 나와, 여행을 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서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지 뭘 그러냐는 남편은 서로 용호상박이다.
퀘벡 교를 건너 이미 들어온 것을 다시 차를 돌려 나가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사실 교통신호체계도 살짝 다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신경이 쓰이겠다 싶기에 남편의 의견대로 일정을 변경해 숙소로 방향을 틀었다. 만약 이미 장거리 운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혹은 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붐비는 사람들에 섞여서 예정대로 구경했을 것이다.
자동차로 여행할 경우 하루 운전 적정 거리는 일반적으로 300km라고 한다.
이는 운전자의 피로를 최소화하여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권장거리에 해당한다. 운전 교대를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는 경우에도 권장 거리에 큰 차이가 없다.
여행 시에는 중간에 관광지나 명소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동거리를 최소화하여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교통체증이 심한 시내 도로, 또는 국도 및 산악 도로에서는 평균 속도가 떨어지며, 날씨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으므로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둔 여유 있는 여행계획이 필요하다.
다녀와서 한 이틀까지도 차의 흔들림이 그대로 느껴지고, 한 이틀은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한 이틀은 왠지 모를 무기력감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돈은 아꼈을지 몰라도 몸 상하고 맘 상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장거리 자동차 여행, 아직도 젊은 줄 알고 '괜찮아, 할 수 있어.' 했다가 그야말로 골로 갈 뻔했다.
** 골로 가다: '골'은 '관'의 순우리 말로, '골로 가다'는 '관 속으로 들어가다.', 즉 '죽을 뻔했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