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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Mar 11. 2024

자식에게 느낀 배신감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

1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남편이 속 썩이는 건 애초에 남이라서 그렇구나 하고 넘기겠지만, 자식에게 드는 배신감은 어디다 말도 못 하고......, 맘을 터놓고 얘기를 하고 나면 나중에 흉이 돼서 돌아오고.....'


속 썩이는 남편이지만, 자식들을 보고 여태껏 살아왔으며, 그 자식들 먹이려고 본인 입에 넣을 것도 안 넣고 자식들 나눠 먹이며 키웠다는, 그럼에도 다 큰 자식들이 엄마의 고생을 몰라주고 지들 살 궁리만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자식에게 배신감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꽤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자식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부모가 어디 본인 뿐이겠는가!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자주 이기적이고, 더러는 부모가 힘들게 고생하는 것쯤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해서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나 자신도 때로 내 맘에 안 드는데, 내 자식이라고 해서 다 내 맘에 들까!


아낙들끼리 남편 흉을 1시간 보면 자식 자랑은 3시간을 넘는다. 남편은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한때의 사랑과 사회제도에 의해 얽힌 인간관계이지만, 자식은 부모의 또 다른 자신이기 때문에, 자식의 영광은 자신의 영광이고, 자식의 흉은 곧 자신의 흉이 되니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다 큰 자식들이 지들 살 궁리 먼저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자식들이 알아서 잘 사는 것이야말로 내 고생 덜어주는 길인데....


이미지 출처; By WOKANDAPIX  from Pixabay

 

나는 과연 자식들에게 매일 좋은 엄마였을까!


나는 또한 내 부모에게 기쁨만 주고 희망만 주었을까!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일 뿐 자식은 나와는 다른 또 하나의 개체다. 더구나 성인이 된 자식은 남과 같다는 생각이다. 단지 부모 자식 지간이라 그 인연이 특별할 뿐이다. 내 자식이라는 것보다,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너무 각박한가?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세우는 일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자기중심적인 성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부모는 다 자식에게 헌신해야 하고, 자식은 다 부모 말에 따르고 섬겨야만 하는 것 자체가 자연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이지, 자식이 부모에 대한 올림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기대지 말고,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는,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가족이라서 도와주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과, 가족이기에 도와줘야만 되는 의무적인 부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식이 늙은 나를 봉양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책임질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상단 부분 이미지 출처;  Photo by Liv Bruc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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