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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Mar 15. 2024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습관

증명된 것을 다시 증명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청소기와 걸레질은 한 달에 한 번만 한다.

-매일 하면 깨끗한 게 당연한 줄 알 뿐만 아니라 깨끗해졌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밥은 어쩌다 실수로 맛있게 한다.

-끼니마다 맛있게 하면 뚝딱! 하고 나오는 줄 알 뿐만 아니라 미각의 기대치도 상승한다.


대화는 하되 가급적 듣지 않는다.

-늘 귀를 열어 보이면 쓸데 있는 소리는 줄어들고 잔소리만 늘어난다.


용돈은 늘 부족하게 준다.

-어차피 만 원 줘도 그 안에서 쓰고 이만 원 줘도 그 안에서 쓴다. 안 그러면 통장이 화수분인 줄 안다.


아프다고 하면 최소한 일주일은 무시한다.

-소 귀에 경 읽는 것보다 죽어 넘어갈 때 병원 데려가는 은인이 더 귀인이다.






눈을 감고 백 미터를 걸어간 다음 눈을 뜬다.

-사물이 드러나는 빛의 존재가치가 증명된다.


3분간 숨을 멈춘 후 크게 심호흡을 한다.

-들락거리는 공기의 존재가치가 증명된다.


몸을 길게 늘이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땅과 하늘 사이에 나의 존재가치가 증명된다.


모든 SNS와 온라인 유무선 매체를 한 달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한다.

-나의 존재가 너에게 파장을 보내며 비로소 공감의 존재가치가 증명된다.


서로에게 빛이며 공기인 우리는, 공감을 통해 너와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너와 나, 남편과 아내, 우리의 존재가치는 이미 증명되었다.

증명된 것을 다시 증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사랑만 하기에도 그렇다.




상단 부분 이미지 출처; Photo by Tumisu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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