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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Mar 19. 2024

2020년대 생 손자들이 온다.

출퇴근 육아를 하지만 가끔 집에서 외근도 합니다.

새벽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거실로 나왔다. 새벽 기상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카카오~톡'하며 문자가 들어온다. 어째 심상치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큰 손자가 밤새 기침을 하고 미열이 있어서 집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메시지다.


어제저녁 딸이 내게 분명히 말했었다. 오늘은 본인이 집에 있을 예정이니 엄마는 안 와도 좋다,라고.


일주일간 유치원 봄 방학인 큰 손자는 오늘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어느 교회에서 시행하는 데이캠프

에 갔어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기침을 하고 미열이 있으니 캠프에 못 가고, 집에 있겠다는 제 엄마는 본인의 일로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니 아픈 아이 간호해 줄 여력이 없다.


그리하여 손자는 도시락이 들어있는 백팩을 들고 교회로 가는 대신 우리 집으로 보내졌다.


아, 정말 나의 시간들이 빈틈없이 육아로 채워지는구나! 지난주에는 작은놈이 설사 때문에 놀이방을 못 갔는데 이번 주에는 큰 놈이 감기구나! 그나마 엊그제 월요일 화요일이라도 유치원에, 놀이방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구나!


미끄럼은 타지 못하고  v자만 우렁찼다.


남편과 드라이브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큰 손자를 받아서 놀아주고 먹여주며 하루를 보냈다. 잘 놀고 잘 먹고 낮잠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저녁을 먹이고 제 집으로 데려다주고 나서야 쉴 수 있었다.




주말 토요일, 늦잠에서 일어나 산책이나 갈까 하던 참,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불길하다. '엄마, 오늘 집 정리 좀 하려고 하는데 애들 좀 엄마집에서 봐줄 수 있어? 점심 먹고 갈 거 같은데 엄마가 저녁까지 먹여서 이따가 우리 집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 그 대신 내일은 엄마 안 와도 돼.'


오늘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와 남편은 육아 없이 집에서 쉬는 날이다.


오늘은 손자들 두 놈이 한꺼번에 왔다. 2019년 생 큰 손자와 2022년 생 작은 손자. 아무래도 지난번에 큰 손자를 너무 잘해서 보낸 탓이다. 작은놈은 천방지축이라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고 아직 말을 못 하니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다. 혼자서 용변도 가릴 줄 아는 큰 손자와는 급이 다르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남편은 과자부터 준비하고, 주전부리보다 밥을 먹여야 한다는 나는 이제부터 세 남자와 싸울 마음을 준비한다. 손자들이 딸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오늘은 글이고 뭐고 없다. 출퇴근 육아는 기본, 바야흐로 외근의 영역까지 개척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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