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살까지 연애 감정을 간직할 것인가?
솔로도 아닌 내가, 나는 SOLO를 보며 그들의 연애 속에 내 감정을 집어넣고 가슴을 콩닥거린다.
올해로 결혼한 지 37년째이니 남편을 보며 새삼 두근거릴 리 없지만, 여전히 내 가슴은 로맨스를 찾는다. 이미 연애의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바이고, 연애의 단맛, 짠맛, 신맛과 매운맛까지 다 보았을 터이지만 사랑 이야기라면 새롭게 들린다. 몸이야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로 남편에게 묶여있지만, 마음은 온전히 나의 것이니 간질거리는 로맨스를 찾아 TV를 틀고 남의 연애 이야기에 눈과 귀를 쫑긋 세운다.
나는 SOLO 프로그램을 잠깐 소개하자면,
영수, 영식, 영호, 영철, 광수, 상철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남자 출연자와, 순자, 영자, 정숙, 영숙, 옥순, 현숙이라는 이름의 여성 출연자들이 벌이는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이들 남녀 중 단연코 두드러진 개성의 주인공은 광수와 옥순이다. 그들은 인생에 대해 좀 더 자유스럽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이다.
각기 다른 성격의 남녀가 만나서 눈이 마주치고 마음이 맞아 짝으로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심리가 드러나며, 오해도 생기고, 그에 따라 출연자들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나는 심리와 추리에 관심이 많다.
첫인상 선택이 자기소개 이후 달라지는 것을 보며 남녀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고 표현하는 요즘 시대의 능력 있는 솔로녀들에게 경의를 품기도 한다(라떼와는 많이 다르다).
몇 번의 데이트를 거치고 자신의 짝을 선택하는 마지막 날, 선택을 할지, 서로의 선택이 맞을지를 점쳐보는 것도 나는 SOLO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이 프로를 즐겨 보는 이유는,
시작하는 사랑을 보는 재미 때문이다. 다른 사랑에 없는 짜릿함이 남녀의 사랑에는 존재한다. 사랑이 시작되면 짜릿함은 이미 절정에 이른다. 사랑 혹은, 끌림을 확인하고 짝을 선택하면서 나는 SOLO는 끝을 맺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새로운 우주를 탐색하고 알아간다는 것이니 안 그래도 호기심 많은 나 같은 사람은 그런 탐색전이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내가 직접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연자만큼 심각하게 고민할 것도 없다. 그저 시작하는 사랑을 보며 짜릿함만 공유하면 된다. 그 이후는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밀당과, 고민과,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고, 시련과 함께 사랑은 고통이 되고 미움도 될 것이며 점점 현실 드라마로 변해갈 것이니, 굳이 안 봐도 뻔한 감정들이다.
밤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입춘도 지나 봄은 오는데, 여전히 겨울 같은 추운 날씨로 쓸쓸한 저녁이라면, 막 피어나는 풋풋한 사랑 하나 간접 체험하고 잠드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불면으로 고통받는 까슬까슬한 밤에는 달콤하고 촉촉한 로맨스가 최고다.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Ylanite Koppens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