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붉으락 푸르락
내가 미국 주식을 시작한 것은 2021년 10월 말쯤, 주식시장이 최고점까지 갔다가 막 내려오려는 시점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주식을 최고값에 샀다는 뜻이다. 옆집 강아지도, 뒷집 개도 주식을 한다는 때였으니, 막차였음에 틀림없다.
내가 주식을 하겠다며 요란을 떨고 있을 때, 남편은 나를 말리기보다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기다려봐, 이렇게 사놓고 나중에 그냥 쏙쏙 빼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근본 없는 자신감으로 들뜬 나는 되지도 않는 큰소리를 마구 쳐댔고, 남편은 무슨 상상을 하는지 별 대꾸 없이 피식 웃기만 했었다. 참고로, 남편은 보수와 안정을 추구하는 타입이고, 나는 개혁과 도전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 해 크리스마스 랠리를 지나고 새해가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기대와 다르게 시장이 돌아가자 남편의 태도는 급변하였고 마음을 때리는 따가운 힐난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왔다.
'내가 그때 말리고 싶었는데...'
'남들은 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는 맨날 막차야....'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
'그때 주식 안 했으면 그 돈으로....'
'그래서 지금 얼마까지 내려갔어?'
'미국 달러값이 떨어진다는데...'
때로는 가슴이 후벼파이고, 때로는 치고 올라오는 화에 부르르 떨면서도 나는 물타기를 계속했다.
-나도 주식이 처음인데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그럼 그때 적극적으로 말리지 그랬어...
라고 꼬리를 내리는 척하면서 여윳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하한가 매수를 이어나갔다.
한참 후 주가가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남편의 비난도 줄어들었다.
S&P가 4000을 넘더니, 4300을 넘어갔다(2023년 7월 시점).
한시도 유튜브를 떠날 줄 모르는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더니 활짝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보며 말한다.
'애플이 올라서 대박이라는데...'
물 마시러 내려온 아들에게도 웃으며 묻는다.
'너는 주식으로 좀 벌었니? 엄마는 000불 벌었다는데...'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아들에게도 자랑이다.
의기가 양양해진 나는 거보라는 듯 거만하게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언제 다시 내려갈지 몰라, 일희일비하지 마.
마누라의 생소한 주식투자에 은근 기대도 했겠지만, 평소에도 다른 사람의 두 배쯤 되는 걱정을 혼자서 하는 남편이니 내게 말로 표현하지 않은 걱정은 아마 산처럼 컸을 것이다. 오랜 하락장이 끝나 다행스럽게도 남편의 푸념을 그쯤에서 굿바이 했지만 시장이란 살아 움직이는 것, 언제 하락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어쨌거나 주식시장과 남편 표정의 상관관계는 매우 밀접이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건대,
활짝 웃는 남편 얼굴 맨날 볼 수 있도록,
주식시장이여! 상승세를 멈추지 말아 다오! 제발!
상단 이미지 출처: By StockSnap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