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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May 07. 2024

남편에게는 왜 그렇게 말투가 사나워질까

고치고 싶은 말투, 말버릇

좋은 습관 새로 만들기보다 나쁜 습관 하나 고치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내가 고치고 싶은 나쁜 습관은 앞뒤 자르고 툭 던지는 말투, 말버릇이다. 고쳐야지 맘먹었는데 어느새 또 툭 내뱉는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아침 산책을 나가기 전에 남편이, 쌀 씻어놓고 갈 거야? 묻는다. 순간, 맑았던 내 마음에 흙탕물이 일어난다. 그러고는 곧바로 던졌다.


내 영역이야! 


이 정도니, 참 본데없다. 근데 이게 남편에게만 그렇게 된다. 그래서 더 싫다. 매몰찬 내 반응에 남편이 나오려는 말을 꾹 삼킨다. 나는 왜 남편에게만 이렇게 말투가 사나워질까?


말투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태도를 나타내는 수단이며,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게 만드는 요소라고 한다. 나도 안다, 머리로만.


점점 모든 일에 참견하려고 하는 남편이 좁쌀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또 각진 말을 던졌다.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건데, 그래야 남편도 나름 시간 계산을 하고 준비를 할 텐데 말이다. 말투보다 마음을 먼저 고쳐야 할까? 말투를 고치려고 하면 마음도 다르게 먹어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렇게 툭 던지고 나서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또 그렇게 말했네.....




평소와 다르게 남편의 팔짱을 끼고 나긋하고 진중하게 변명이라는 것을 해본다.

-내 말버릇이 좀 툭 툭 던지잖아, 나도 이거 고치고 싶거든. 근데 오래된 습관이라 잘 안돼, 그러니까 자기가 좀 도와줘. 내가 그렇게 말한다 싶으면 나한테 알려줘, 던졌다고, 그래서 자기 기분이 별로라고. 단, 나를 비난하듯이 하지 말고, 장난치듯이 하지 말고 신중하게 말해줘. 나도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하는데, 부드럽게 말하려면 말을 많이 해야 되고, 그러면 기가 다 빠져나가고, 말 길게 하는 것도 귀찮고......


변명하느라 말이 더 길어졌지만, 늘어난 말에 남편의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았다.




딸이 하필이면 내 말투를 닮아버렸다. 가끔 딸이 사위에게 툭 툭 던지듯 말할 때, 내 가슴이 서늘해진다.

사위가 얼마나 마음 상할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 큰 자식이라 이제는 딸에게 함부로 충고하는 것도 어렵다. 사실 나도 남편에게만 호랑이지, 딸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


우선 딸에게도 부드럽게 말해 버릇해야겠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먹는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마음을 부드럽고 나긋하게 만들어보자,라고. 좋지 않은 습관 때문에 상대가 피해를 본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치는 게 맞다. 하물며 그것이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는 말투라면 더 말해 무엇하리.



상단 이미지 Pixabay로부터 입수된 �♡�♡� Julita �♡�♡�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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