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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Jul 07. 2024

카드패와 고스톱

이거 없으면 어쩔 뻔했어!

주말 저녁 심심할 때 남편과 나는 고스톱을 한다.


성향이 완전 반대라 공통되는 취향이 없으니 한 지붕아래에 있어도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는데, 언제부턴가 서로 고스톱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둘이 같이 시간 보내기에 딱이다. 나이가 들어서 허리, 다리, 무릎이 아프니 오래는 못하고 1시간이면 족하다.


하면 할수록 고스톱에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음을 느낀다.


패가 잘 들어왔다고 건방을 떨었다가, 따라주지 않는 운 때문에 지기도 하고, 쭉정이 시시껄렁한 패를 잡고 '에이, 졌다!' 지레 마음을 비워도, 뒤따라 주는 운이 좋으면 이기기도 한다. 계속 한 사람만 이기지도 않고, 계속 한 사람만 지지도 않으니 참 공평하다.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돌아가는 인생처럼, 길게 보면 결국 본전으로 끝을 낸다.


둘이서 하는 고스톱은 차례가 빨리 돌아오므로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재미를 더한다며 남편이 조커를 3장이나 섞었다. 얼마큼 해야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남편과 나는 타짜보다 초짜에 가까운 수준이다.


8장을 깔고 각각 10장의 패를 손에 쥐면, 이제부터 눈치싸움과 심리전이 시작된다. 상대의 눈 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고, 풀가동되는 뇌의 움직임이 보인다.




카드 패와 고스톱, 옛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놀이를 만들어냈을까!


카드놀이, 바둑, 체스, 장기, 윷놀이 등 고전적인 게임들은 생각을 요구하고 두뇌를 써야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수많은 컴퓨터 게임과는 다르다.


오늘날의 게임을 하기엔 느릿한 나의 손동작이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이 나이에 손만 느릴까! 두뇌 회전력도 그만큼 빠르지 못하다. 고전적인 게임은 상대의 패를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으므로 머리나 손이 좀 늦어도 괜찮다. 편한 마음으로 만만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딴생각하다간 남편이 어느새 초단을 하거나, 피로 5점을 내고 스톱! 할지 모르니 어지간한 집중이 필요하다. 남편은 내게 얄짤없다. 피박에, 광박에, 두 번 흔든 것까지 해서 끝전 0.25달러까지 챙겨갈 때는 얄밉기까지 하다. 사랑은 어디 가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는 '카드 패'에 대한 글이 있다. 옮겨보면,

 

52장으로 이루어진 보통의 카드 패는 그 자체에 많은 가르침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그 네 가지 무늬는 생명이 순환하는 네 영역을 의미하며, 사계절과 네 가지 행위와 네 행성의 영향에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하트: 봄, 애정, 금성

다이아몬드: 여름, 여행, 수성

클로버: 가을, 노동, 목성

스페이드: 겨울, 장애, 화성

또, 카드의 숫자와 인물은 우연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각각 인생의 한 단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의 카드도 타로 카드처럼 얼마든지 점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략-

가장 단순해 보이는 놀이들을 포함해서 모든 놀이에는 고대의 지혜가 담겨있다.


이쯤에서 화투의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진다.


식물과 동물, 사람 등이 묘사되어 있는 화투는 1월부터 12월까지 각 4장씩 모두 4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과 풀이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월별로 갖는 의미에 따라 다른 패와 조합이 되어 화투점을 치기도 한다. (나무위키 참조 https://namuwiki/w/화투/패) 




모든 영역을 통틀어 최첨단을 사는 요즘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옛날 지혜로운 선인들의 덕을 보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덕에 얹혀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하하 호호 웃다보면 부부애는 덤으로 얻어진다.

 

바둑과 장기, 카드와 체스는 할 줄 모르고, 요즘 가정마다 적어도 한두 개쯤 갖고 있다는 보드게임은 관심 없고, 몸을 쓰고 움직이는 운동 외에 무엇이든 눅지근히 앉아서 즐기는 게임은 그 어느 것도 즐기지 않는 남편과, 탁구와 볼링 정도는 할 줄 알지만 남편이 성에 차서 견줄 만한 상대가 아닌 나에게, 게다가 성격 및 취향까지 완전 반대인 우리 부부에게 고스톱, 이것마저 없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상단 이미지 © jacc,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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