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를 재현하듯 밤새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창문도 더 이상은 감당이 되질 않아서 밀물처럼 흘려보내기 바쁩니다.
그 기세 그대로 아침으로 이어지더니 이제야 수그러듭니다.
필시 떠났던 님이라도 돌아온 건지 반갑고 서러운 마음에 복받쳐서
우선 폭음으로 쏟아내고 봤다가 점차 냉정을 되찾아가는 딱 그 모양새입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내 상상의 스펙트럼이 너무나 통속적이어서 하하 웃습니다.
그 통속의 끝을 잡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처럼
유행가 가사가 왜 그렇게 구체적인지 아느냐고, 굳이 옛날을 지금으로 끌고 올 필요 없다고
충고라도 해보고 싶은 것은 또 무슨 연유일까요?
부수적인 것들은 다 씻겨 내려 간, 비 온 뒤의 풍경을 보아라.
그 게 진실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다시 네 앞에 선 님은 움푹 팬 자리에 고인 빗물 같은 거라고,
밤새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것도 그때 반드시 씻겨냈어야 할 앙금, 찌꺼기 같은 거였다고..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흘려보냈으니 된 거라고 어깨 토닥여 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더 이상 연관 없이 과거는 과거에 두고 현재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라고 손잡아 주고 싶습니다.
모든 상황 앞에 그다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무덤덤해질 이때에, 온 마음을 다하여
충고하고 싶어진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면서 겪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좀 덜 아프고, 좀 더 쿨한 사랑을 하면서 예쁘고 단단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