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목례가 답

by 김하정

마침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게 돼서 반갑다고 했습니다. 정감 어린 말인데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순서까지도 예상이 될 만큼 되풀이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만의 반갑다는 말 습관이겠거니 생각하지만

매번 받는 입장에서는 형식적인 말이 되고 그냥 반갑다고만 해도 덜 반갑지는 않을 텐데 싶어집니다.

정말로 어제부터 나를 생각하고 있었더라도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오늘도 의례적인 말만 주고받다 오겠구나

미리부터 김빠집니다.

말에도 표정이 들어 있어서 내가 반가운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 왔으니 반기고 보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전달할 말이 있어 일부러 시간 내서 간 자리고 보면 신속하게 전하고 바로 철수하고 싶어집니다.

안 가도 무방할 뻔했는데 괜히 갔던 건 아닌지 살짝 후회도 됩니다.

그래도 맘먹었던 것이니 그것으로 됐다 갈무리하면서도 여전히 개운치는 않습니다.

장시간 얘기한다고 해서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고 간결하게 말해도 공감 백배일 때가 많습니다.

나조차도 건네오는 말에 구색 맞추듯 대답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상황에 맞게 튀지 않는 문안한 말을 찾아가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덤으로 얹어 놓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진심이 아닌 건 아니라서 이편과 저편이 마찬가지겠구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목례만 하고 지내는 관계, 인사말 정도는 건네는 관계도 있고 차 한잔할 수 있는 , 밥까지 먹을 수 있는 관계가 있습니다. 목례만 하고 지내는 사이에 밥까지 먹자고 억지부리지 말고, 차 한잔할 수 있는 관계에 인사만 하고 지내자고 애써 밀어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목례만으로 살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밥까지 먹어야 한대도 참 번거로운 일이 됩니다. 각각의 관계 또한 먼 풍경과 가까운 풍경처럼 필요합니다.

그만큼의 간격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법을 익힐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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