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의 양면을 좋다 나쁘다로 말할 수 없고, 그걸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용도와 양 조절에 있음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되는 것처럼 음식에서라면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찬바람 날 때면 남편의 기력 보충용으로 한약을 짓곤 하는데 이번에도 직접 주문을 합니다.
약재로 쓰는 녹용은 보통 20~30g이 적당하답니다. 과하면 부작용이 따른다고 해도 남편의 녹용 사랑이 극진해서 더 많은 양을 넣어달라고 떼를 씁니다. 왜 저래 싶다가도 전문가의 설득이 먹힐 것 같아 꾹 참고 기다립니다.
결국은 수긍하고 원래대로 하기로 합니다. 참았던 말을 그제야 합니다. 당신이 의사야? ..
양으로 승부할 거면 이 세상에 만수무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 제발 민망하게 약 욕심부리지 마요. 양약으로 치면 항생제 더 주세요 하는 식이잖아(너무 비약했다 싶지만). 그제야 히죽 웃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모든 이름있는 것들에는 어떻게 쓰일 것인지는 내정돼 있고 얼마큼 적용할 건지의 문제만 남습니다.
양 조절만 잘 하면 되는데 적정선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치 않는 데도 옆 사람과 비교해서 적으면 결핍으로 다가와 채우기에 급급하게 되니까요.
내 일에 대한 확신마저도 옆 사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서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양에서뿐만 아니라 아예 용도를 잘못 설정한 건 아닌지 멈칫하게도 됩니다. 세상에 나는 어떻게 쓰이기로 하고 태어난 걸까? 갑자기 심오해져서는 알지 못해 안달합니다. 용도 변경이 답인 것도 같아 헤매고 있을 때 감지센서라도 있는 건지 큰아이가 전화합니다.
엄마는 지금 잘 하고 있고 양만 늘리면 된다고 안심시킵니다. 위로일 뿐이라도 안도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양이 문제였구나. 빨리 이루고 싶은 내 조급증이 사달입니다.
헷갈릴 때마다 떠올립니다. 용도가 아니라 양에 문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