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저 사람 수시로 만지는 리모컨 버튼 사이사이에
조밀하게 내려앉은 먼지가 무섭습니다.
작정하지 않으면 따라가기에 급급합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제 자리인 양 눌러 앉는 먼지의 근성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지하철 빈자리에 가방부터 던져놓고 보는 얌체족 같다가도
사회생활하기 최적화돼서 벤치마킹하고 싶어집니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누구나 볼 수 있는 넓고 트인 공간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좁고 후미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나의 약점을 간파하고 이 부분을 보완해 보라는 첨언 같기도 하니까요.
먼지처럼 살라 하면 가벼워서 쉽게 날아가거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디에도 매임 없다는 뜻이 더해져 이제는 더할 나위 없는 덕담 같습니다.
빨래를 널고 돌아설 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맨 위층에 사는 탓에 옥상에서 베란다 창문 앞으로 거미줄을 치고 내려오는 거미의 습격이 예사롭습니다.
방충망 밖이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위험한 탓에 하루 이틀 거르면
곧바로 고공낙하해서 그물망을 만들어 내는 거미의 집요함에도 항복한 지 오래입니다.
생계형이라서 더 그러겠지? 싶다가도 취미로 일하는 사람은 없을 테고
양쪽 다 생계형임에는 분명한데 거미의 근면 성실을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인구 감소시대에 빵빵한 주머니에 번식력까지 갖췄으니, 천하무적이 따로 없습니다.
빨간 모자 눌러쓴 채, '여기가 너의 약점이다'백 마디 말보다 밧줄 걸고 한 번에 하강하는 숙련된 조교 같습니다.
할 수 있나요? 침범당하지 않으려면 수동적이나마 매일매일 걷어내고 닦아낼 수밖에요...
어찌 됐든 내 게으름들이 눌러 앉은 곳마다 지적질 하는 두 사감으로 인해 집 정리는 조금씩 되어갑니다.
덕분이라고 해야겠지만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없습니다.
노력은 해 본 다지만 청소만큼은 능동태가 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지난한 지적질이 예상돼서 쳇머리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