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투 스텝

by 김하정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질 듯 뒤뚱거리면서도 용케 넘어지지 않는 것은

한쪽 발이 나아갈 때마다 다른 쪽 발이 반박자 빠르게 뒤따르며 지탱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친구들이 " ~~야, 놀자" 무리 지어 뛰어올 때도 폴짝폴짝 리듬을 탄 투 스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꼭두각시 타령에 맞춰 나무꾼이 나물 캐는 처녀에게 다가갈 때도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사뿐사뿐 투 스텝이었습니다.

퇴직 경찰관 할아버지가 도서관 가실 때, 해 질 무렵 귀갓길을 재촉하실 때에도

보폭이 짧은 투 스텝으로 걸어가십니다.

젊은 시절 훤칠한 키에 제복 입은 모습이 위풍당당하셨을 것 같은데

이제는 숨이 차서 중간중간 쉬어 가시기를 반복합니다.

뻥튀기 파는 아주머니도 이 앞을 지나 출퇴근하실 때에 한 쪽으로 치우친 무겁고 느린 투 스텝입니다.

가끔 유리문 너머로 목례하면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거푸거푸 받아주십니다.

뻥튀기 주문하면 퇴근길에 들쳐주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라고 당부드리면 연신 고개 끄덕이십니다.

뒤뚱뒤뚱 아이가 양쪽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어른의 걸음걸이로 안착할 때까지 앞에서 뒤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든든했던 분들...

어른들의 걸음걸이가 이제는 걸음마를 막 배우는 아이의 투 스텝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아이의 걸음보다도 위태로워 멀어질 때까지 눈으로 배웅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낌없이 내어 주고도 짐이 되기 싫은 어른들의 뒷모습입니다.

매일같이 도서관을 향하시는 할아버지도 요즘 통 뵙지를 못했습니다.

건너건너 안부를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혹시라도 다른 답이 올까 봐 그냥 둡니다.

언젠가 부름에 답하고 가실 때에도 보폭이 짧은 투 스텝으로 가시겠구나 하면서도

그것만은 알아내고 싶지 않습니다.

태어나고 살고 저물어가는 우리의 삶도 투 스텝으로 시작해서 투 스텝으로 갈무리되는 것 같아 마음이 쌉쌀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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