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 폭이 좁아 화분 한두 개만 놓아도 꽉 찹니다.
빨래 널려면 모로 틀어 사이사이 껴 다니며 널다 보면 '아흐' 소리가 저절로 납니다.
문주란이, 사랑초가 있고 자그마한 다육이 몇 개가 전부인데도 버겁습니다.
그나마 재작년에 동백은 시골집으로 보내져서 여유 공간이 있겠다 싶었는데
퇴근만 하면 유독 문주란에 집중되는 남편의 물 주기가 화근입니다.
사람과 함께 한 발짝 한 발짝 같이 걸어가는 식이면 좋겠는데, 잦은 물 주기에
위로만 웃자라서 꽃도 일찍 피고 열매도 일찍 맺었습니다. 꽃대가 씨 무게에 툭 끌려 있는 형상입니다.
아래로 다지면서 옆으로 위로 조금씩 조금씩 자라면 좋겠는데 영 마땅찮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 폈다고, 열매 맺었다고 싱글벙글합니다.
서서히 자라며 전잎 때어주고 이파리 닦아주고 했던 마음까지 걷어가 소 닭 보듯
네 주인님이 알아서 하겠지 방관하게 됩니다.
지식인에 문주란 물 주기를 검색하니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고 적어도 스트레스받는답니다.
촉촉할 정도로 습하지 않게 조절해야 된다고 강조해서 읽어줍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주란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답니다.
꽃말이 사랑과 존경이라는데 (나를) 사랑합니까? "네"
존경도 합니까? "네"
그래서 열심히 물을 줍니까? "네"
여러모로 문주란을 향한 사랑과 존경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실업급여 끝나기 전에 재취업 언제 하나 눈치나 안 주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