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숟가락 젓가락을 맨 먼저 놓잖아요?
숟가락을 놓는 것은 채비를 한다는 거지요.
내가 소망하는 밥상을 차릴 채비 같은 것..
반찬은 어떤 것으로, 국은 뭐로 할지 딱히 정하진 않았어도
우선 숟가락 먼저 놓고 보는 것은 있는 데로 먹자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잘 차려 보겠다는 다짐 같은 거지요.
전 날에 레시피를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숟가락을 놓는
그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 계란을 풀고 있고
부드러움을 위해 우유를 넣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계란말이, 오이소박이, 고등어구이, 양배추 샐러드, 시금치 된장국..
없었던 것들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하나씩 드러내지요.
거창하지 않아서, 소박해서 소귀의 목적이 달성된 듯
의자를 끌어당기게 되지요.
재료가 많다고 해서 거창해지지도 않고 푸성귀뿐이래도 있는 데로 먹고 보자만 아니면 되지요.
자신이 됐든 주변이 됐든 산재한 문제들 많지요.
그걸 다 방법도 엄두도 나지 않지만 사소한 것에서부터 개선해 보려는 시도,
채비는 해보는 거지요.
머리 싸매고 생각해도 방도가 없던 것이 아주 사소한 숟가락 같은 채비 속에서 계란말이가 생겨나요.
그렇다고 머리에 질끈 띠 두를 필요까지는 없고, 다만 맥 놓지는 말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일 같은 걸 거예요.
내게 주어진 것에 비해 너무 거창해지기만을 바라지 않으면 돼요.
거창한 것의 시작은 늘 소박한 것에서 비롯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