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시간에 작별을 고하다

과거를 품고 미래를 그리는 나의 이야기

by 아스트라나

또 하나의 큰 사건이 지나갔다. 오래도록 긴 겨울 속을 걸어온 끝에, 드디어 눈이 녹고 어린 생명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전역이라는 건 꽤 오랫동안 신경을 써 온 일이었기에 후련함이 먼저 밀려왔다. 예상했듯이 엄청난 해방감이나 자유가 찾아오진 않았다. 지나고 보면 그저 리스트 속 수많은 일들 중 하나를 지운 것뿐이었다. 하지만 고통뿐이었던 시간 속에서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얻었다면, 그 고통도 어떤 형태로든 가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나에게,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떠나려 한다. 꿈같이 흘러가는 이 시간은 흐릿하고 불분명하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길을 보기 위해서는 오히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상처와 후회로 얼룩진, 지울 수 없는 과거를 품고 나아가려는 결심은 큰 용기를 요구한다. 희미하게 옅어진 기억 속의 모습은 분명한 나의 과거이지만, 그것이 곧 나의 미래는 아니다.

이질감이 들 만큼 괴로웠던 과거를 지워버릴지, 아니면 끝까지 안고 갈지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마음은 전자를 원하지만, 수많은 경험 끝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과거를 온전히 마주하고 품어낸 사람만이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것. 과거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그림자가 내 등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면, 함께 낙원으로 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작별을 결심한 사람만이 진정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다. 알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삶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고난이 있는 법이다.

오랜 세월 나를 옭아매던 일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나도 변해야 한다. 앞으로의 나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 모습이 어떤지 아직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다릴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이 모든 시련 속에서 답을 찾은 내가 멈춰 있던 페이지를 다시 펼쳐 전에 없던 서사를 써 내려갈 날이 올 테니까. 그 발자취는 지금의 나와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비어 있는 페이지를 펼쳐둔 채 펜을 올려두겠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명이 가져올 그 시간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