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안고 돌아온 나날

회복과 여운의 잔영

by 아스트라나

집으로 돌아온 후로는 깊게 잠들 수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벽 3시까지 뒤척이던 내가, 눈을 감기만 해도 고요하게 잠에 빠져든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다. 그곳에 있을 땐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기이한 건 잠뿐만이 아니다. 식욕도 돌아왔다. 전에는 아무리 먹으려 해도 목구멍이 쉽게 열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음식을 맛있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애초에 못 자는 사람이 아니라, 못 잘 수밖에 없던 환경 속에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몸이 안정을 찾자 감정도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SNS도 조금 멀리하게 됐다. 남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내 세계에만 집중하고 싶다. 누군가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볼 때마다 내 삶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홈 화면에서 SNS를 내려두었다. 연락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깨달았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진 않지만, 많은 걸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걸. 그렇게 죽도록 괴롭히던 사람에 대한 감정도, 영영 답이 없을 것 같던 고민도, 끝내 가라앉히지 못할 줄 알았던 감정도, 어느 정도는 옅어졌다. 그게 체념이든 수용이든 상관없다. 달콤하든 씁쓸하든 어쨌든 답에 가까워진 건 사실이다.

물론 과거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그림자는 내게 날개를 달아주려 하지만, 또 다른 그림자는 내 발목을 붙잡고 끌어내리려 한다. 나는 그것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기로 했다. 잊는 게 내 길이 아니라면 짊어진 채로도 걸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

어쩌면 사람은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무언가를 완성해 내기 위해 애쓰는 존재이기보다는 그 의미를 찾기 위해 계속 걸어 나아가는 존재. 변할 수 없는 본질이 있다 해도 그 위에 덧입히는 모습과 선택은 변할 수 있다. 그게 진실보다도 때로는 더 고귀할 수 있는 거짓이라도.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한동안 나를 짓누르던 감정의 무게에서 벗어나며 천천히 나만의 리듬을 되찾는 중이다. 나에게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조용한 길이지만 그 길 위에 서 있는 지금, 나는 조금 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