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아름답고 허황된 것들을 붙잡지 못했을 뿐이야
난 수많은 꿈을 꿨어.
그 꿈속에서 난 행복하게 웃기도 했고,
죽음의 공포에 떨기도 했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
행복한 꿈은 분명히 존재했어.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된 과거야.
그 시절의 기쁜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아.
애석하게도, 나쁜 일은 모두 선명하게 기억나.
그래서 꿈을 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달콤하든, 씁쓸하든, 고통스럽든 상관없어.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남는 건 결국 좋지 못한 기억과 감정들일뿐이니까.
증오라는 감정은 애정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걸까?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아.
난 그저 아름답고 허황된 것들을 붙잡지 못했을 뿐이야.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
종종 너를 떠올리곤 하냐고.
대답하기 어려웠어.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거든.
어느 순간부터 내 하루의 끝은 너에게 얼마나 휘둘렸냐로 갈렸어.
네 생각이 일렁여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던 날은 괴로웠어.
네 생각이 나지 않아 순조로운 시간을 보낸 날은 잠들기 전에만 생각이 밀려와 덜 괴로웠어.
여태 너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날은 없었던 것 같네.
삶에 그렇게까지 각인이 되는 사람은 흔치 않아.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이야.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테지.
옅어지는 거지 사라지는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