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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 Nov 06. 2019

중년의 도전기

내추럴(The Natural, 1984) - 영화 리뷰 에세이


| 스포츠 팬으로서 가슴 아픈 일.


 얼마 전 아주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의도치 않게 선수가 부상을 당했는데, 참으로 참혹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팬으로서 선수의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와 관련된 어떤 검색어도 검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부상당한 선수의 빠른 회복과 쾌유를 빌며, 내가 지지하는 선수가 어서 트라우마에서 회복되었으면 한다.

 이 영화는 19살의 촉망받는 선수가 불운의 테러를 당하고 16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마운드에 서는 35살 로이 홉스라는 야구 선수에 관한 판타지 영화다(1952년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미지의 여성에게 총격을 당하는 로이.


| 인생에서 과연 몇 번의 기회가 있을까?


 인생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몇 번의 기회가 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를 당시에 알아내기란 어려울 뿐.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재능을 보였던 로이 홉스는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시카고 컵스로 가던 중 기차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데뷔를 하기도 전에 총격으로 부상을 당하고 그의 이름은 빛을 발하지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인 야구 선수라기보다 코치로 오해받는 로이.

 영화의 제목과 같이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로이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35살에 프로가 되지만,  그의 나이는 신입이라기에는 너무 많아 감독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다. 더욱이 그의 팀은 연패하며 하위에 머물고 있는 의욕이 없는 팀이었다. 

매번 패할 때마다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관계자

주목을 받지 못하던 로이는 연습 때 보여준 어마어마한 장타력으로 출전을 하게 되고, 데뷔전에서 공의 실밥을 터트리며 장타를 날린다.

실밥이 풀린 공에 당황한 상대편 선수들

 이 사건으로 주목을 받게 된 로이 홉스, 그의 야구 방망이인 '원더보이'는 승리의 아이콘이 된다. 스타 선수라며 거들먹거리는 범프 베일리와는 달리 볼보이도 자상하게 챙기는 그는 범프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주전이 된다. 19살에 잡지 못한 기회를 16년이나 지나서야 잡게 된 로이는 그의 팀을 이끌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유년 시절 벼락 맞은 나무로 손수 만든 '원더보이'


| 자신과의 싸움, 내부의 적 그리고 우승을 위한 사투.


 옛날 영화의 매력은 명확한 선과 악에 있지 않을까? 스포츠 영화의 고전답게 자신의 트라우마와 싸우는 로이의 모습, 그리고 내부의 차별과 부조리에 당당하게 싸우는 로이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그 무엇을 준다. 아마도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까?

매니저인 팝은 우승을 하지 못하면 구단을 판사에게 넘겨야 한다.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공정한 규칙과 그 안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멋진 선수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지만, 때로는 이면에 부조리가 존재한다. 우승을 하지 못하면 구단을 넘겨야 하는 팝(매니저)의 상황은 로이에게도 곧 위협이 된다. 판사, 도박사, 그리고 메모(킴 베이싱어)가 그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단을 뺐으려는 판사

 로이는 메모와 열애를 하면서 경기력이 점점 하락하고 결국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상황은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된다.

삼진

| 소모적인 사랑 vs 진정한 의미의 사랑


 로이는 아이리스와 재회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던 아이리스. 하지만 그가 총격을 당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그렇게 그녀는 잊혔다. 그에게 슬럼프를 준 메모와 부활을 안겨준 아이리스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우리 삶 속에도 그런 관계들이 있지 않았을까?

팜므파탈의 메모(Kim Basinger)
아이리스(글렌 클로즈)와의 재회
아이리스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판사와 도박사의 사주로 약을 먹이는 메모.


| 나는 그저 야구가 하고 싶을 뿐이다.


 로이는 판사와 도박사의 편인 메모의 계략에 걸려든다. 우승의 목전에 두고 병원에 입원하며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로이는 16년 전의 총알이 몸에서 발견되며, 선수 생명이 오래갈 수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충고를 무시하고 경기에 나서려는 로이. 그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천부적인(Nature)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던 19살의 순수한 청년의 마음이 남아 있었다. 아이리스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타석에 들어서는 로이. 그리고 0:2로 지고 있던 9회 말 마지막 순간 그의 염원을 하늘에 날린다.

로이가 친 볼이 조명을 터트린다.
현실과의 타협보다는 꿈을 선택한 로이.


| 중년의 도전기.


 중년의 언저리에서 그의 꿈을 이루어내는 로이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10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는 어느 설문의 식상한 내용처럼 중년에게 새로운 기회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그간 겪어 온 현실적인 경험들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9년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청년의 시기에 산뜻하고 패기 있던 도전을 뒤로하고 조금은 무거운 새로운 삶의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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