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해 마지막 날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며 글을 남긴다.
그날 적는 글은 그해에 끄적여 온 여러 기록들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왜냐하면 그날은 한 해의 끝이면서, 동시에 내 삶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2월 31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나의 생일이다.
작년 마지막 날에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세 아이가 함께 겨울 수련회를 다녀왔다.
그중에서도 둘째가 수련회 동안 친구를 많이 사귀고, 한층 밝아진 얼굴로 돌아온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오래 마음에 품어왔던 기도 제목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수련회를 다녀온 첫째는 또 다른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난달 학교 클럽 활동으로 미시간 앤 아버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다녀왔는데, 그 팀의 일원으로 겨울방학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도 함께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곳에서의 일주일간의 일정동안 안전과 배움, 그리고 성장이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 겨울방학 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인턴십에도 선발되어 일을 하게 됐다.
첫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큰아이는 그 시간만큼이나 깊어진 생각과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돌아왔다.
모든 이야기를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이 모든 시간이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여느 해와 다르지 않게, 올해 역시 쉽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버틴다는 것이, 이긴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견디는 것도 아닌,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일.
광야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뿐이었기에 그렇게 살았고,
작고 소소한 하루에 기뻐하며 감사하려 애썼다.
때로는 속상한 일이 있어 울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사람을 통해, 상황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깨달음을 주셨고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었다.
내년이 어떤 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여전히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폭죽을 터트리기보다는, 오늘을 잘 살아내는 일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다 보면, 그 안에서 충분한 기쁨으로 만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날 적어두었던 글처럼 오늘을 살아내는 일, 오늘 하루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만족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인생의 목표다.
오늘이 끝인 것처럼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내일의 계획을 위해 오늘 기울이는 노력,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마음의 평안과 성장, 경제적인 안정과 몸의 건강,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따뜻함.
이 모든 것을 향한 애씀이 순간순간의 기쁨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