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의 배웅

by 장미

떠나가는 아이를 놓아주면서도, 사랑을 놓지 않는 법


미국은 현재 거의 전 주에 날씨 주의보가 내려졌다.

스톰 주의보가 이어지며 물건 사재기가 시작됐고, 많은 학교가 수업을 취소했으며 회사들도 직원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이런 날씨 속에서 큰 아이는 대학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첫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아이는 5주간의 겨울 방학 동안 밀렸던 잠을 자고, 운동도 하며 지냈다. 그 사이 부지런하게 인턴십과 학교 클럽 인터뷰도 하며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이가 집에 있는 동안 좋아하는 한식을 많이 해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떠나는 날이 되니, 그동안의 시간이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걸까? 더 많이 해주지 못한 것들만 마음에 남는다.

시간은 나를 위해 늘어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정확히 제자리에 있는데, 그 시간이 괜히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 끼라도 더 든든히 먹여 보내고 싶어 아침부터 아껴 두었던 립아이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를 꺼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아침도 먹이고, 점심까지 두 끼라도 먹여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이는 음식보다 잠을 택했다. '아쉽지만 잠도 중요하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기척이 들리자마자 남편은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부엌에 들어오는 순간, 바로 따뜻하게 먹일 수 있도록.

“짜잔.”


아이는 자신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말은 없지만 고마움을 느끼는 듯했다.

일어나자마자 첫 끼를 고기로 먹는 게 뭐 그리 좋을까만은,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읽었는지 "맛있다"며 먹는다.

그런 아이를 보는 것이 부모에게는 기쁨이다.

혹시 저녁에 배가 고플까 봐 미리 만들어 둔 돼지불고기 삼각김밥을 싸 가방에 넣어 줬다.

덕분에 아침부터 집 안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냄새가 가득했다.

그렇게 먹이고, 챙겨 넣고 나서야 가족이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취소될까 봐 마음 한쪽이 계속 쓰이면서.



공항에서는 파킹을 하지 않고, 비행기 타는 입구에 내려 주었다. 아쉽지만 서로 “bye” 하고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검색대를 통과한 뒤, 아이에게서 잘 들어왔다며 전화가 왔다.

그 짧은 전화 한 통이 왜 그렇게 따뜻했을까?

평소 무뚝뚝한 남자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가 마음을 오래 데워 준다.

헤어짐은 아쉽지만, 그 온기가 남아 다음 만남을 행복하게 기다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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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다시 우리 가족은 큰 아이가 없는 구성으로 몇 달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 떠나가는 아이의 자리는 조금씩 줄어들겠지.

그래도 ‘따로’이지만 ‘하나’로.

큰 카테고리 안에 작은 카테고리 하나가 제자리를 잡듯, 그렇게 우리의 형태를 다시 잘 만들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