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 보일 때가 있다.
잘했는지보다, 아이가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나는 축구를 하는 아이와 바이올린을 하는 아이를 키운다.
전혀 다른 세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아이를 지켜보며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한다.
축구에서는 같은 스킬을 배운다.
체력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 사이에서 골로 이어지는 순간은 늘 비슷한 질문 앞에서 갈린다.
공을 누구에게 패스할지, 지금 패스할지, 한 박자 더 가져갈지, 아니면 이 순간 바로 골을 찰지.
그 짧은 찰나의 판단이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바이올린도 그렇다.
같은 곡을, 같은 악보로,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연주하는데 왜 어떤 연주는 더 오래 귀에 남을까.
기교의 많고 적음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기교를 어느 순간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그 선택에 따라 음악은 전혀 다른 얼굴을 갖는다.
글을 쓰는 일도 닮아 있다.
문맥의 흐름이 중요하고, 소재가 가진 힘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끝내 글을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어느 문장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 그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결정이다.
모두가 같은 언어를 쓰지만, 아무 문장이나 오래 남지는 않는다.
결국 차이는 크지 않다.
한 끗.
그 한 끗의 선택이 글을 지나가는 문장으로 만들기도, 마음에 머무는 문장으로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