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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Oct 02. 2017

일상 속 편지 -7

무더웠던 그러나 잊지 못할 경험이었던 싱가포르의 일주일 

사실 당신이랑 연락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물론 당신이 철학이나 물리에 관한 질문, 고민을 하는걸 간간히 보긴 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면대면으로 얘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당신 글을 봤어요. 

그리고 예전의 내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난, 그러나 당시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준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해요. 

그 어떠한 철학이나 물리도 들어있지 않은 

그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파편들로 구성된 이야기니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을 테지만.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를 시작했었죠. 

아마 초전도체였던 것 같아요. 당신의 작품은. 

그때는 나 역시 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어서 그런가 

더욱 신기하게 그러면서도 부럽게 들었던 것 같아요. 

당신은 열정적인 사람 같았어요. 그리고 학문적인 호기심이 매우 강한 사람. 

내게 연구를 설명해주는 내내 즐겁다는 표정이었거든요. 

그리고 당신 역시 타인의 연구와 노력을 정말 감탄하듯이 듣고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했었거든요. 


동시에 당신은 매우 친화적이면서 따뜻한 사람이에요.

어찌 보면 대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장소에서 격려를,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말을,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잠옷을 입고 춤을 춘 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으니까요. 

낯선 타지의 땅에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서 참 재밌는 일주일이 되었던 것 같아요. 

흔쾌히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준 거나, 이야기를 들려준 것들 그리고 가보면 좋을 장소들을 알려준 것까지 

모두 고마워요. 


그러니,

당신 주위에는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니 너무 걱정 말기를. 


괜찮아요. 

원래 힘든 시기는 누구나 오는 법이고 

특히 그게 더더욱 감이 안 잡히는 경우에는 다들 엄청나게 두려워지거든요. 

나 역시 그랬고.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하기에 어렵다면 일단은 흘러가는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요. 

조금은 익숙해지고 나서야 천천히 하나씩 정리를 해봐요. 

글을 쓰는 것도 괜찮고, 사진을 보는 것도, 찍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으니. 

천천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숨을 깊게 내쉬면서 다시 익숙해지려 해봐요. 


올바른 정답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사실 너무 두려워서 출구가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원래 갑자기 모든 게 어두워지면 같은 장소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그러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고 하나씩 해결하려 해봐요. 


내가 아는 당신은 언제든 웃으면서 다시 내게 "잘 지내고 있지?"라고 물어봐줄 따뜻한 사람이니. 


스스로의 불꽃을 꺼뜨리지 말고, 조심히 다시 피워봐요.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변화의 과정마저도 당신의 일부임을 항상 잊지 말아요.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결국 그 모든 것이 당신이니. 


그리고 이미 당신을 당신 그 자체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잖아요. 

잘 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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