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관계.
요즘 들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연애 및 인간관계 고민을 털어놓는다.
물론 나로서는 나를 믿고 말해주는 것이기에 항상 잘 듣고 대답을 해주지만
사실 내가 "올바른" 또는 "잘" 대답해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인간관계나 연애 관계에 있어서는 항상 "하지 말라는 것"들만 하는 사람이기에.
그래도 가끔 누군가 나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덕분에 잘 풀었다고 말하면 신기하긴 하다.
"만약 내가 누군가랑 연을 끊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많은 변화를 줄까요?"
"만약 내가 이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으면 나는 뭘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내가 과연 이 사람이랑 앞으로도 잘 해 나갈 수 있을 까요?"
"얘는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걸까?"
"이건 무슨 의미야?"
등등
참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 속에서 하나씩, 어떨 때에는 객관적으로, 어떨 때에는 반문을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나의 경험은 주로 "상대"의 입장과 항상 일치하곤 한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항상 나는 그 친구들의 상대의 입장과 동일한 경험, 행동, 말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상대" 들이 왜 그런 행동을, 선택을, 말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내가 그랬기에.
그리곤 매번 항상 깨닫는다.
나와의 그런 인간관계를 지닌 사람들에게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 내가 저런 말을 하면 힘들겠구나, 상처받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로 무엇인가를 인지한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건 정말 다른 걸 다시 한번 깨닫곤 한다.
남들이 나에게 "넌 절대로 이러지 마라"라고 한 그 모든 것들을 이미 했고, 하고 있고 그리고는
아 내가 왜 그랬지.라고 말을 한다.
누군가 그런 날 보고
"넌 참 남의 일에는 잘 대답해주면서 정작 네 관계는 왜 그러냐" 라며
"그러게 수십 번 하지 말라고 한 걸 넌 꼭 해요. 바보도 아니고 "라며 말할 때마다
그저 웃으며 "그러게."라고 대답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가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끊는 게 많이 미숙하다고 느껴진다.
나에겐 참 소중한 관계가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남들이 신기해하는 관계가 있다:
항상 변치 않는 그런 관계기에 신기해하는 관계
"신기해. 너넨 항상 똑같은 관계인 것 같아. 너네가 이해되면서도 잘 이해가 안 돼"
"뭐가?"
"그냥. 음 잘 모르겠다. 그냥 신기해"
"너도 걔랑 그런 관계잖아 ㅋㅋ"
"아니야 ㅋㅋ 너넨 훨씬 복잡해 보여. 그런데 항상 같아 보여"
"그런가. 나도 걔도 변했는데, 심지어 물리적 거리마저도 변했는데 변치 않는 관계인 건가."
사실 너와 변해버린 거리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끔 멀어질 때가 있어도, 다시 가까워질 거라고 굳게 믿었고, 어떻게든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를. 그냥 감으로는 알 것 같은데, 정작 그걸 규명하려고 하니까 더 꼬여버리는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냥 그런 상태의 우리의 관계를 내가
"이러는 게 맞는 것 같아" 하면서 무턱대고 행동하면서 혼자서 정리했다가 시작했다가
그걸 너에게 얘기했다가 한탄했다가 계속 혼자서 갈팡질팡 하면서 방황하는걸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아.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로 무책임하게 끝내는 게 아니라
그래서 고맙다고.
참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삽질하는 나를 그냥 들어줘서 고맙다고.
힘들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혼자서 멋대로 판단해서 미안하다고.
내 연락이 너에게 걱정을 주는 연락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내 말들이 너를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네가 내 문자나 전화를 받을 때 "싫다" 또는 "이번엔 또 무슨 얘기이려나..." 라며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걸 이제 깨달아서 미안하다고, 이번에도 나는 항상 그렇듯 한발 늦었다고.
그 말을 해주고 싶었어.
그러니 나중에 얼굴 보고 네가 속상했던 만큼, 힘들었던 만큼 나를 실컷 때리더라도
우리 관계가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제 이말을 미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