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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Oct 21. 2017

전달되지 않을 편지-1

너를 떠나고서야 너를 이해했다.  

"너는 여전히 걔랑 비교를 하는구나. 잊었다며"


짧지만 많은 걸 느낀, 단 한 달간의 연애를 통해

이 년간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드디어 이해했다. 아니 느꼈다.


너를 좋아한 나를 닮아있던 나의 상대는

내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나는 절대로 내가 온전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서 그렇게 쉽게 끝이라고 한 거라고 했어.  


자신의 감정을 느꼈으면 나도 그만큼 아팠을 거라고 그러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어.


자기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난 절대로 이해 못할 거라며

내 앞에서 울었어.


그리곤 다시는 보지 말자며 몸을 돌려 걸어갔어.


나는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벤치에 앉아서 그 아이가 나를 보지 않을 수 있을 시간을 줬어.

그리곤 그냥 내 앞에 있던 분수를 멍하니 쳐다봤어.


글쎄.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들지는 않더라. 그래서 미안했지.

다시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냥 아무 느낌이, 굳이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근데 그제야 왜 너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는지, 왜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는지 이해가 갔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느라 너도 힘들었겠다.

같은 감정을 이해해 줄 수 없어서 너도 힘들었겠구나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감정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죠. 
- 가담항설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했으면서도 

같은 단어는 공유하지 못했구나. 


당연히 함께 무엇인가를 겪으면 같은 감정을 공유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너를 원망해서 미안해.

사실은 네 잘못이 아닐 텐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뒤늦은 단어의 공유는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서로를 빗겨나가 버렸네.

감정의 흐름은 이미 끊긴 지 오래였네.


우리의 시간은 같이 흘러갔지만

우리의 단어는 벽에 부딪혀 외롭게 메아리만 만들어버렸지.


어둠 속에 빛이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사방이 고요해지고 난 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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